일본 크루즈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가 400명 넘게 나온 가운데, 이 크루즈가 영국 국적이기 때문에 일본이 감염 확대를 막는 조치를 강구할 권한이나 의무는 없다는 주장이 나왔다.
18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크루즈선 대응 기국주의(旗国主義)의 함정, 의무 없었던 일본’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이같이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영국 국적의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는 일본의 법률이나 행정권이 적용 되지 않아 대응이 어려웠다"며 "국제법상 기국주의가 선박 내 감염증 대책의 함정이 되고 있다"는 주장이 담겼다.
기국주의란 여러 국가를 항해하는 선박의 경우 그 선박을 소유한 국가가 관할권을 갖고 단속한다는 의미다. 유엔의 해양법 조약에 따라 공해상의 선박은 기국주의를 따르며, 기국은 행정상, 기술상, 사회상의 사항에 대해 유효하게 관할권을 행사하고 규제를 실시해야 한다.
유엔은 예외로 ▲해적 행위 ▲노예 거래 ▲무허가 방송 ▲무국적이나 국적을 속인 경우에는 기국이 아닌 다른 국가가 외국선박을 단속하는 행위를 인정한다.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의 운영은 일본이 하지만, 영국 회사가 소유한 선박이기 때문에 코로나19와 관련한 일련의 대응을 영국이 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닛케이는 "일본이 착안(着岸)을 인정한 건 국제법상 의무가 아니고 승객의 절반 가까이가 일본인이라는 사정을 감안한 판단"이라며 원래 크루즈가 요코하마 항구에 접안하는 것을 거부할 수도 있었다는 일본 정부 관계자의 발언을 전했다.
이런 시각은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서 수백명의 감염자가 확인된 이후에 나왔다는 점에서 뒤늦은 책임 회피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가 요코하마 항구에 접안할 때까지만 해도 일본 회사가 운영하는 크루즈 인데다 탑승객 절반이 일본인이기 때문에 당연히 일본이 배를 받아야 한다는 여론이 우세했고 일본 정부도 이를 수락했다.
그런데 연이어 감염자가 나오자 일각에선 '긁어 부스럼을 만들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일본 정부도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또 다른 크루즈인 네덜란드 국적의 ‘웨스테르담호’의 일본 접안을 거부 했다. 닛케이는 "어느 나라도 자국민 탑승객이 거의 없거나 지리적으로 먼 선박에 대해서는 적극 대응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