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를린 공항에 내려 숙소로 이동하기 위해 승차 공유형 택시인 우버(Uber)를 잡았다. 스마트폰 화면에 '청각 장애가 있거나 소리를 잘 듣지 못할 수 있음'이라는 기사 정보가 떴다. 청각 장애를 가진 사람이 우버 기사라는 직업을 갖고 있다는 사실과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이 낯설게 느껴졌다.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 적은 '배리어 프리(bar rier free)' 모범 도시로 꼽히는 베를린에 왔음을 체감했다.
한국은 장애인이 살기 불편한 도시다. 외양만을 보면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을 위한 기반시설이 갖춰져 있다. 하지만 형식적이거나 무용지물인 경우가 적지 않다. 나는 휠체어를 타고 시내 주요 관광지를 돌아보며 베를린이 어떤 방식으로 장애인 앞에 놓인 '벽'을 무너뜨렸는지 알아보았다.
휠체어를 탄 내가 숙소에서 지하철역까지 가는 10분 동안 멈춰 설 일이 없었다. 장애인이 휠체어를 타고서도 혼자 다닐 수 있도록 모든 보도블록 끝을 모서리 없이 오르막·내리막으로 설계한 덕이었다. 지하철과 승강장 간 거리는 5㎝가 채 되지 않아 평지를 이동하듯 지하철에 올랐다.
지하철에서 내려 버스를 기다릴 땐 승하차가 걱정됐다. 마침 사람이 가득 탄 버스가 정류장에 섰다. 휠체어를 본 승객들이 버스에서 내려 버스 문 옆에 달린 손잡이를 들어 올렸다. 휠체어가 버스에 오르기 쉽게 만든, 미끄럼틀처럼 생긴 철제 오르막이 만들어졌다. 버스 기사도 뛰어나와 휠체어가 안전하게 오르도록 도왔다. 내릴 때도 같은 일이 반복됐다. 베를린 시청 도시개발 담당자 게르트 그레너는 "예전 버스엔 자동 오르막이 설치돼 있었지만, 고장 및 오작동이 종종 발생해 사람이 직접 개폐하는 방식으로 바꿨다"고 했다. 장애인 밀착형 정책과 시민 의식이 결합돼 가능한 일이었다.
베를린에는 노약자·장애인만을 위한 여행사도 있다. 아카미노(Accamino) 여행사는 장애인 특성에 맞게 코스를 설계한다. 매니저 쇤케 페테르센은 "오른손이 불편한 사람이 여행한다면 왼쪽 손잡이가 설치된 화장실을 찾는 게 우선"이라며 "불편한 곳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이를 고려해 여행을 기획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