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 정종섭(초선·대구 동구갑) 의원은 지난 1월 19일 4·15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계파 갈등에 책임이 있는 핵심 인사들은 모두 총선 불출마를 선언해 세력 교체와 통합의 길을 열자"고 했다.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이 취임 기자회견에서 "구닥다리들을 싹 쓸어버릴 것"이라고 말한 지 사흘 만이었다. 정 의원은 박근혜 정부에서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냈고, 2016년 총선에서 '진박(眞朴) 공천'을 받아 당선한 대표적 친박(親朴)이다. 사실 정 의원은 2018년 6·13 지방선거에서 옛 자유한국당이 대패하자 이미 한 번 불출마 의사를 시사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현 황교안 대표 체제 출범 후 당 중앙연수원장에 임명됐고, 슬그머니 지역구 선거를 준비해 왔다. '불출마한다고 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엔 "불출마라는 말을 직접 한 적은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니 김형오 공천위 서슬에 '두 번째 불출마 선언'을 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그랬던 정 의원이 최근에는 '한국경제당'을 창당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박근혜 정부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지냈고 역시 최근 불출마를 선언한 윤상직 의원도 '창당 멤버'로 오르내렸다. 두 의원은 모두 부인했다. 그러나 야권 관계자는 "대구·경북(TK) 의원들이 도처에서 모여 '김형오 공천위가 사천(私薦)을 한다'며 불만을 쏟아 내고 있다"고 했다. 실제 한국경제당 창당도 그러한 성토 중 나온 '아이디어'였다는 것이다. 정 의원도 최근 "다시 모여 통합하는 데 국회의원이 필요하면 내 이름을 얹어 줄 수는 있다"고 했다. 우리공화당·친박신당에서도 "TK 현역들이 우리에게 올 것"이라는 말이 계속 나온다. 이러한 움직임이 심상치 않음을 감지한 공천위도 TK 공천 심사를 계속 미뤘던 상황이다. 공천위 관계자는 "정중히 예를 갖춰 용퇴를 권유했는데 '나를 자르면 TK 신당을 창당하겠다'고 협박하는 것"이라고 했다.
공천위 이석연 부위원장은 본지 통화에서 "누릴 만큼 누린 분들이 신당 창당 등에 언급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했다. 그는 "창당이든 탈당이든 마음대로 하시라. 더는 TK 국민이 그런 행동을 용납하지 않는다"며 "우린 국민만 믿고 모조리 물갈이한 뒤 참신한 인재를 채워 넣을 것"이라고 했다. 물갈이를 앞둔 TK 의원들 사이에서도 '그래도 우리가 분열하면 문재인 정부 좋은 일만 시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정 의원은 서울대 법대 교수 시절 저명한 헌법학자였다. 정 교수는 저서 '헌법학원론'(2018)에서 이렇게 썼다. "선거에서 당선만 되면 차기 선거에서 당선만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국회의원 자신만의 이익을 추구한다. 대의민주주의의 실패다." 정 의원이 스스로를 되돌아봤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