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해임 권한까지 들먹이며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 의장을 향해 기준금리 추가 인하를 압박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조치가 이미 불안정한 금융시장에 기름을 부은 격이라고 비판했다.
14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은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와 관련한 추가 조치를 발표하는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연준을 언급하며 "우리는 앞서는 조치를 해야 하는데, 뒤쳐지고 있다"며 "아주 불만족스럽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파월 의장을 해임 하거나 교체할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하면서 "다만 아직 그런 결정을 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미국 증시는 지난 일주일 간 20% 가까이 하락했다. 12일 기준으로 3대 증시 모두 9% 넘게 내려, 1987년 이른바 블랙먼데이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유럽, 아시아 주요 증시도 함께 급락했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예고 없이 0.5%포인트 전격 인하 하고 긴급 자금을 투입했지만, 효과는 거의 없었다. 경제 전문가들은 우한 코로나로 인한 공급망 충격, 수요 감소가 가시화 하고 있지만 각국의 정책 여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들어 '세계 경제가 침체기에 접어들 수 있다'는 비관론을 내놓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을 해임할 법적 권한은 없지만 연준 이사직으로 강등시키는 게 가능할 지 여부는 확실하지 않다고 전했다. 만약 강등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면, 연준 공개시장위원회(FOMC)가 파월 의장을 리더로 추대할 수도 있다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에 불만을 표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지난 2018년 12월에 연준이 금리를 올리자, 트럼프 대통령은 보좌진들에게 사적으로 파월을 해고하는 방안에 대해 언급했다.
그러나 이런 시도는 시장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 뿐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미 워싱턴의 국제 전략 및 투자그룹인 에버스코어 ISI연구소의 어니 테드치 이코노미스트는 "만약 파월 의장을 내쫓는다면, 시장을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 것"이라며 "시장 투자자들은 파월 의장의 금융 정책을 신뢰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준은 이번주 17~18일 FOMC회의를 연다. 이 회의 전후에 추가 금리인하 조치나 채권 매입 등의 조치를 발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