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을 직업으로 하는 프로 기사 수는 세계적으로 1600여 명에 이르지만 공식 국제 랭킹은 없다. 프로바둑 총괄 국제기구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틈을 메우고 있는 웹사이트가 '고레이팅'이다. 각국 바둑 매스컴은 주요 세계 대회 때마다 '비공인'이라는 단서와 함께 이 매체가 매긴 기사 순위를 인용한다.
고레이팅은 누가 어떻게 관리하고 있을까. 수소문 끝에 운영 책임자인 레미 쿨롬(46) 박사와 연결돼 이메일 인터뷰를 가졌다. 프랑스 북부 도시 릴(Lille)에 살고 있는 그는 AI(인공지능) 분야에서 학자·게임 제작자·사업가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었다.
―고레이팅은 언제 오픈했나.
"2015년이다. 세계 각 지역에서 하루 2000~3000명이 방문한다. 'Go4go'란 기보 사이트로부터 각국 프로 기전의 모든 승패 결과를 공급받아 매일 자동 업데이트한다."
―자신을 소개한다면?
"인공지능을 이용한 게임 개발이 내 주력 사업이며 이를 위해 '카유푸(Kayufu)'란 회사를 운영 중이다. 머신러닝 기법과 심층 신경망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보드게임 또는 카드 경기에 나설 '인공지능 선수'를 만든다. 고레이팅은 독립체가 아니라 '카유푸'가 취급하는 서비스 중 하나다."
―고레이팅 순위 산정 방식은?
"내가 고안한 'WHR(Whole-History Rating·전체 기간 순위 측정)' 알고리즘을 적용한다. 역대 모든 선수의 평가 기록을 바탕으로 시간 변수를 감안해 최대한 정확한 값을 계산하는 베이지안(Bayesian) 방식이다. 연산 속도 포함, 모든 점에서 Elo 등 재래 기법보다 월등함이 입증되고 있다."
―어떤 바둑 게임을 만들었나?
"일본이 주최하는 UEC 세계 컴퓨터 대회서 2010년대 초 4회 연속 우승하는 등 최강으로 군림했던 '크레이지 스톤'이 내 작품이다. 2016년 업그레이드판이 나왔고, 요즘도 꾸준히 성능을 개선 중이다."
―바둑과 인연을 맺은 계기는?
"2002년 체스 AI로 제7회 컴퓨터 올림피아드에 출전했을 때 처음 접하고 좋은 AI 대상임을 직감했다. 몬테카를로 기법(난수를 이용해 함숫값을 확률적으로 계산하는 알고리즘)을 적용하면서 바둑 소프트에 급속히 빠져들다 2005년 '크레이지 스톤' 개발에 착수했다."
―바둑 실력은?
"프랑스 바둑협회 8급이다. 내가 회계 책임을 맡고 있는 릴 바둑클럽에 매주 방문한다(그는 자신의 연도별 기력 목표가 그려진 그래프를 첨부했다). 그러나 내 목표는 어디까지나 게임 개발이다. 바둑 점수 올리려고 심각하게 두지는 않는다."
―대학 시절 전공 분야는?
"그르노블 소재 국립 폴리테크닉 대학에서 2002년 인지과학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2004년부터 2014년까지 릴 대학 컴퓨터학과 조교수를 지내다 창업하면서 떠났다. 4년 전 이세돌을 상대한 알파고의 대리 착점자로 나섰던 아자황(42)씨 박사 논문 작업에 잠시 지도 교수를 맡은 적이 있다."
―고레이팅에서 한국 신진서와 최정이 남녀 1위를 지키고 있다. 이 구도가 언제까지 갈까.
"그건 내 전문 분야가 아니다. 고레이팅이 답해줄 것이다."
―프로 공식 순위가 없는 상황에서 고레이팅의 공헌이 크다.
"WHR 알고리즘의 가치를 인정받는 것 같아 기쁘다. 바둑계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있다면 큰 영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