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수도 베이징시가 16일부터 외국에서 오는 입국자를 지정 시설에 개인 비용 부담으로 14일간 격리하는 가운데, 한국인 밀집 지역인 차오양구 왕징에선 ‘홀리데이 인 익스프레스(중국명 智选假日·즈쉬안자르) 베이징 왕징’ 호텔이 격리 장소로 지정됐다. 이 호텔은 4월 20일까지는 일반인 객실 예약이 불가능해, 최소 한 달간은 입국자 집중 격리 시설로 쓰일 것으로 보인다.

이 호텔은 서우두국제공항에선 18km, 공항과 호텔 간 중간 도착지인 중국국제전람중심 신관(신궈잔)에선 13km 떨어져 있다. 호텔 건물은 쇼핑몰과 붙어 있으며 건물 밖에는 오가는 사람과 차량이 많다.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 왕징의 ‘홀리데이 인 익스프레스 베이징 왕징’ 호텔이 16일부터 외국에서 오는 입국자를 집중 격리하는 장소로 쓰이고 있다. 17일 밤 호텔 건물 밖에 방호복을 입은 요원들이 서 있다.

16일부터 이 호텔에 집중 격리 관찰 대상인 입국자들이 입실했다. 18일 오전 여행용 캐리어를 든 여러 명이 호텔에 도착했다. 1층 로비에서 방호복을 입은 직원들이 이들의 체온을 측정하고 개인정보를 확인했다. 출입구 한쪽엔 호텔에 도착한 사람 중 발열자를 따로 격리하는 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전날 밤 9시에도 공항에서 온 여러 명이 숙박 체크인을 했다.

이 호텔은 영국계 호텔 그룹 IHG가 운영하는 브랜드로, 11층 높이에 231개 객실을 갖추고 있다. 올해 1월 중국 전역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가 확산한 후 이달 중순까지 이 호텔 객실엔 조명이 들어온 곳이 거의 없었다. 17일 밤엔 객실 10여 개에 불이 켜져 있었다.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 왕징의 ‘홀리데이 인 익스프레스 베이징 왕징’ 호텔이 16일부터 외국에서 오는 입국자를 집중 격리하는 장소로 쓰이고 있다. 17일 밤 호텔에 도착한 사람들이 1층 카운터에서 체크인을 하고 있다.

이 호텔 공식 웹사이트 정보에 따르면, 4월 20일까지 모든 객실이 매진됐다. 가장 빠른 예약 가능 날짜는 4월 21일로, 넓이 25㎡ 기본형(스탠더드) 객실의 최저가는 세금 포함 628위안(약 11만 원)이다. 호텔스닷컴 등 호텔 예약 대행 사이트에서도 4월 20일까지는 매진이란 표시가 뜬다.

집중 격리 관찰 대상자가 내야 하는 숙박비는 일박에 600위안이다. 14일치(8400위안, 약 148만 원)를 결제해야 하며, 체크인 할 때 보증금도 따로 내야 한다. 식사 비용은 구별로 다른 것으로 전해졌다. 왕징 지역 호텔의 경우 하루 세 번의 식사가 무료로 제공된다. 그러나 순이구 호텔에선 아침식사만 무료 제공되고 그외 식사는 개인이 별도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18일 오전 외국에서 중국 베이징 서우두국제공항으로 입국한 사람들이 집중 격리 시설인 차오양구 왕징의 ‘홀리데이 인 익스프레스 베이징 왕징’ 호텔에 도착해 등록 절차를 밟고 있다.

호텔 외부 음식 배달과 생활용품 배송은 가능한 상황이다. 호텔 1층 출입문 바깥에 배달 음식·생활용품을 놓을 수 있는 별도 테이블이 설치됐다. 배송 기사의 호텔 출입은 금지됐다. 18일 오전 이 테이블엔 호텔 외부 식당에서 배달온 도시락과 음료 등이 놓여 있었다. 숙박자의 가족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생필품을 놓고 가기도 했다.

호텔 건물 바깥엔 방호용품 폐기물과 도시락 포장용기를 넣은 쓰레기 봉투 등이 나와 있었다. 격리 시설치고는 폐기물 관리가 허술해 보였다.

한국인 입국자 일부도 현재 이 호텔에서 집중 격리 중이다. 방호 요원은 "현재 여러 국적자가 묵고 있다"고 했다.

18일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 왕징의 ‘홀리데이 인 익스프레스 베이징 왕징’ 호텔 외부에 방호용품 폐기물을 담은 쓰레기 봉투가 놓여져 있다.

베이징시의 16개 각 구가 집중 관찰 장소를 지정하기 때문에 주중 한국대사관에서 한국인이 격리된 모든 호텔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주중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베이징은 중국 수도인 만큼 격리 호텔 시설이 열악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중국은 해외 전염병 유입과 확산을 막기 위해 경계 수준을 높이고 있다. 17일 국외에서 유입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신규 감염 확진자는 12명 늘었다. 역유입 누적 확진자는 17일 24시(18일 0시)까지 155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베이징에서 발견된 역유입 누적 인원이 43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