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국내주식 수수료 평생무료!’ ‘국내주식 온라인 거래수수료, 이번 생은 평생무료’
주식을 살 때마다 야금야금 빠져나가는 수수료를 아까워하던 투자자를 유혹한 증권사들의 광고 문구다. 증권업계는 고객을 늘리기 위해 온라인 비대면 계좌 유치 경쟁을 벌이면서 ‘수수료 무료’ 등 약속을 내걸었다. 지금은 대부분 주요 증권사가 비대면 계좌 개설 시 ‘수수료 무료’를 게시하고 있다.
어떻게 수수료를 공짜로 할 수 있을까. 증권사는 땅을 파서 장사하는 걸까. 그러나 증권사들은 다 계획이 있었다. ‘무료’라고는 했지만 한국거래소 등 유관기관 제비용 등 명목으로 숨은 수수료를 받아낸 것이다. 또 ‘공짜 수수료’ 계좌 고객에게는 일반 고객보다 대출 이자율을 높여받는 식으로 장사했다. 금융감독원은 증권사의 비대면 계좌에 대한 점검에 나선 결과 이 같은 문제를 발견했다고 24일 밝혔다.
◇'수수료 무료'라더니…숨은 비용 있었네
증권사의 비대면 계좌가 허용된 건 2016년 2월. 본격적으로 스마트폰 등을 활용해 주식을 거래하는 고객이 많아지면서 증권사들은 치열한 계좌 유치 경쟁에 나섰다. 그 결과 비대면 계좌 수는 2016년 말 55만건(전체 1.5%)에서 작년 상반기 626만건(전체 14%)로 빠르게 증가했다.
비대면 계좌가 급증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만들기 편해서다. 그러나 더 중요한 건 증권사들이 비대면 계좌를 만들면 혜택을 주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계좌 개설 시 현금을 쏴주거나, 거래 수수료를 낮춰 적용하는 게 대표적이다. 증권사 간 경쟁이 치열해지며 거래 수수료가 차츰 낮아지더니 급기야 ‘수수료 평생 무료’를 선언하는 경우도 나왔다.
그런데 진짜 공짜일까. 금감원 점검 결과, 비대면계좌 개설광고에 ‘거래수수료 무료’라고 표시했으나 실제로는 ‘유관기관 제비용’ 명목으로 일정 비용을 부과하는 증권사들이 다수 있었다. 유관기관 제비용은 한국거래소·예탁결제원에 내는 수수료 등이다. 거래금의 0.0038~0.0066% 수준이다. 금감원은 “투자자 오인 소지가 있으므로 실제 거래비용이 ‘0원’일 때를 제외하고 광고에 ‘무료’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도록 했다”고 밝혔다.
더군다나 회사마다 고객에게 물리는 유관기관 제비용 수준은 제각각인 것으로 조사됐다. 예컨대 A 증권사는 거래금액의 0.0038%를 유관기관 제비용 명목으로 부과했으나, B증권사은 0.0066%였다. 이 같은 차이가 발생하는 까닭은 객관적인 산정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일부 증권사는 거래소·예탁원에 내는 정률 수수료 말고도 금융투자협회에 회사가 내는 협회비 등도 고객 부담으로 돌리곤 했다. 금감원은 “매매거래와 관련성이 낮은 비용은 유관기관 제비용에서 제외하는 등 산정 기준을 합리화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고객 입장에서 유관기관 제비용이 얼마인지 쉽게 알 수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일부 증권사는 유관기관 제비용률을 광고, 약관, 홈페이지 어디에도 명시하지 않았다. 힘겹게 찾아야만 알 수 있는 증권사들도 있었다. 금감원은 “구체적인 수치를 광고·약관·홈페이지 등에 명시하도록 개선했다”고 했다.
◇'공짜 계좌' 쓴다고 고객 차별…대출 이자율 높여받아
일부 증권사는 비대면 계좌를 쓰는 고객과 일반 계좌를 쓰는 고객의 대출(신용공여) 이자율을 차등해 적용했다. 비대면 계좌 고객에게는 금리를 더 높여 받은 것이다. 금감원이 점검한 22개 증권사 가운데 9곳이 이런 식으로 고객을 차별해 돈을 벌었다. 예컨대 C증권사는 일반 계좌에는 신용공여 이자율을 7.5%로, 비대면 계좌에는 11%로 적용했다. 금감원은 "비대면 계좌와 일반 계좌 간 차주의 신용위험 등에 차이가 있다는 합리적 근거가 없으면 이자율이 다르게 적용하지 않도록 개선했다"고 했다.
더군다나 고객 입장에서는 ‘수수료 무료’를 노리고 비대면 계좌를 쓰면 이런 불이익이 있다는 점을 알기도 어려웠다. 비대면 계좌 개설 시에 이 계좌에 적용되는 이자율과 일반 계좌 이자율을 비교·표시해주는 경우가 없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이자율을 차등하는 경우 광고·약관 등에 명확히 비교·표시하여 투자자가 사전에 이를 충분히 인식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 같은 점검에 따라 투자자가 불합리한 비용 부담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투자자는 금융 회사의 자극적인 광고문구에 현혹되지 않도록 유의하고, 금융상품을 선택할 때 장단점을 신중히 검토하길 당부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