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에 버금가는 실뱀장어를 잡기 위한 불법 행위로 전북 군산 앞바다가 멍들고 있다. 한 때 1㎏당 1억원을 호가할 정도로 비싼 몸값을 자랑했던 실뱀장어를 잡기 위해 야간에도 몰래 바다에 나가 불법 조업을 하는 탓에 사고도 끊이지 않는다. 올해는 코로나 사태 여파로 수요가 줄고 수입 물량이 늘어 가격이 내려갔지만, 실뱀장어은 여전히 비싼 편이다.
26일 군산해경에 따르면 금강 하굿둑과 가까운 전북 군산과 충남 장항 사이 폭 1.5㎞의 바다를 실뱀장어잡이 배 100여 척이 점령하고 있다. 군산 지역의 실뱀장어잡이는 동백대교에서 금강 하굿둑 쪽으로 3㎞쯤 올라간 지정 구역에서만 가능하다. 하지만 회유(回游) 습성이 있는 실뱀장어가 바다에서 금강으로 들어오는 길목을 미리 막고 불법 조업하는 어선들이 많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해양생태계 파괴와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도 크다. 실제 2016년에는 5t급 실뱀장어 어선과 54t급 예인선이 충돌하는 일도 있었다. 군산해경은 지난달 26일부터 한 달간 관계기관과 합동으로 실뱀장어 불법조업 특별단속에 나서 어선 45척을 적발했다. 불법 행위가 끊이지 않아 당초 4월 말에서 5월 말까지 단속을 연장한다.
현재 실뱀장어 한 마리 가격은 1200~1500원 선이다. 1㎏에 600~750만원 정도다. 현재 금 1㎏ 시세가 6328만원 정도다. 지난 2008년엔 1㎏당 1억원 가까운 가격에 거래된 적도 있다. 노상규 군산해경 홍보담당은 “단속에 걸려도 대부분 벌금형에 그치기 때문에, 어민들이 다들 벌금 낼 각오를 하고 실뱀장어를 잡는다”고 했다.
실뱀장어 가격이 이처럼 비싼 이유는 아직 인공부화에 이은 양식 기술이 초기 단계이기 때문이다. 국립수산과학원이 지난해 실뱀장어를 인공부화해 성체(成體)로 키워 알을 낳게 하고, 여기서 부화한 실뱀장어를 다시 성체로 키우는 데까진 성공했다. 그러나 대량생산 기술은 아직 개발 중이다.
그래서 아직은 자연 부화한 실뱀장어에 절대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다. 필리핀 인근 바다 수심 300m에서 부화한 실뱀장어는 8개월쯤 해류를 타고 우리나라로 온다. 금강·영산강 등 서해안의 강 인근에 도착했을 땐 5㎝쯤으로 자란다. 국내 음식점에서 파는 뱀장어(민물장어)는 대부분 자연산 실뱀장어를 잡아 양식장에서 7~10개월간 60~70㎝ 정도로 키운 것이다. 자연 상태에서 부화해 성체까지 자라는 민물장어는 전북 고창의 풍천 장어 등 10% 안팎에 불과하다. 뱀장어는 산란 철엔 다시 우리나라에서 3000㎞ 떨어진 필리핀 바다로 가서 알을 낳는다.
조성철 군산해양경찰서장은 “실뱀장어 불법조업이 통항하는 선박 안전에도 문제지만, 싹쓸이 조업으로 해양생태계 균형이 무너질 우려가 크다”며 “코로나19 여파에도 고질적인 불법조업을 올해에는 근절시키겠다는 각오로 강력한 단속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