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GV 등 멀티플렉스(대형 복합 상영관)가 한국 영화 산업 위기의 뇌관이 되는 걸까.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인 CGV가 이번 주말(28일)부터 전국 35개 극장의 문을 닫는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영화관 관객이 하루 2만5000명으로 급감한 데 따른 것이다. 이 수치는 2004년 영화진흥위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 이후 역대 최저치다. 25일에는 재개봉 영화인 '라라랜드'(2016년작)가 신작들을 제치고 일일 흥행 1위(9904명)를 기록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영화관 관객이 워낙 없다 보니, 신작들이 맥을 못 추면서 일어난 '차트 역주행'이다.
28일부터 영업을 중단하는 CGV 극장은 서울 대학로·명동·수유·청담씨네시티·피카디리 1958·하계점과 경기 의정부태흥·파주문산 등으로 전체 직영점(116개)의 30%에 이른다. CGV는 문을 닫지 않는 극장도 하루 3회차(최대 9시간)만 상영하는 등 축소 운영하기로 했다. 지난 1월 당시 하루 상영 횟수는 7회 이상이었다. 극장 축소 운영으로 모든 임직원은 주 3일 근무 체제로 전환하기로 했다. 또 다른 멀티플렉스인 메가박스도 44개 직영점 가운데 일산 킨텍스·울산·평택·남포항 등 10개 지점은 4월 한 달간 영업을 중단한다. 롯데시네마도 극장 영업 중단을 신중하게 검토 중이다.
'극장발(發) 한국 영화 붕괴'에 대한 영화계 우려도 커지고 있다. 영진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영화 산업의 매출은 2조5093억원. 이 가운데 극장 매출이 76.3%(1조9140억원)를 차지한다. 매출액 기준으로 CGV 49.5%, 롯데시네마 29.1%, 메가박스 18.6%에 이르는 등 멀티플렉스 의존 비율이 절대적으로 높다. 이 때문에 극장 매출이 급감하면 투자금 회수가 불확실해지고 제작사와 투자·배급사 등 영화계 전체로 위기가 확산되는 '도미노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최대 성수기인 한여름까지도 여파가 미칠 수 있다. 영화 시장 분석가 김형호씨는 "지난해 대비 2~3월 극장 매출액은 70%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추산된다"면서 "멀티플렉스 의존도가 높은 한국 영화 산업의 약점이 고스란히 노출된 셈"이라고 말했다.
이 멀티플렉스 3사는 인력 구조조정에도 들어간다. CGV는 근속 10년 이상 근무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희망 임직원에 대해서는 무급 휴직도 시행한다. 올해 개관 예정이던 극장 6곳은 내년 상반기로 일정을 늦추고, 리뉴얼이 예정된 극장 2곳은 투자 계획을 전면 보류하기로 했다. 롯데시네마도 임원 임금 20%를 반납하고, 희망 직원들은 무급 휴가를 사용하도록 했다. 메가박스도 임직원 절반은 유급 휴직에 들어가고, 나머지 절반은 주 4일 체제로 근무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