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은 더 오를 곳이 없는 완벽함의 상징이다. 단 한 번이지만 좌절의 얼룩을 남긴 준우승과 차별화되는 이유다. 마지막 관문인 결승전 승률(우승 결정비율)은 그래서 주목받는다. 가장 최근 종료된 제24회 LG배 조선일보기왕전을 계기로 유명 기사들의 결승전 승률을 비교해 보았다.
신진서는 LG배 제패로 결승 승률 33.3%를 마크하게 됐다. 앞서 제1회 천부배와 제4회 바이링배 결승서 겪었던 실패를 만회했다. 반면 한국 바둑의 또 한 명 간판인 박정환은 1패를 추가, 결승전 승률이 57.1%(4승 3패)로 내려갔다.
메이저 세계타이틀 3회 이상 우승자는 총 11명(한국 5·중국 6)인데, 이 중 결승전 최고 승률 기사는 중국의 현역 1인자 커제(柯潔)다. 8번 결승에 나가 7번 정상에 오름으로써 87.5%의 높은 승률을 자랑한다. 2016년 말 제3회 바이링배 때 천야오예에게 유일한 패배를 기록했다.
커제 다음이 조훈현이다. 우승 9회, 준우승 2회로 결승전 승률이 81.8%에 이른다. 그 뒤를 20번 결승에 나가 14승 6패(70.0%)를 찍은 이세돌, 8번 우승과 4번의 준우승으로 결승전 승률 66.7%를 올린 구리(古力)가 잇고 있다.
17번이나 정상을 밟아 메이저 최다 우승 기록 보유자인 이창호가 그다음인 5위(60.7%)다. 그는 92년 제3회 동양증권배부터 99년 3회 LG배까지 10개 대회 연속 세계 제패의 신화를 만들었다. 1992~2005년 결승 승률이 89. 4%(17승 2패)에 달했다. 그럼에도 5위에 그친 것은 그 이후 준우승한 횟수가 11번이나 됐던 탓이다.
2006~2012년의 6년 동안 우승 없이 내리 9연속 준우승에 머물렀다. 그의 나이 31~37세에 해당하는 기간이다. 1992~2012년 사이 20년간 줄곧 메이저 결승에 나갈 정도의 독보적 지배력이 역설적으로 전체 결승 승률 하락의 원인이 됐다.
이세돌의 결승전 패턴도 이창호와 흡사하다. 2002~2009년 초까지 10대회 연속 우승하다 주춤거리기 시작, 30대 진입 후 치른 3번의 결승전에선 우승 추가에 실패했다. 2012년 29세 동갑내기 구리와 겨룬 제17회 삼성화재배 승리가 마지막 우승이었다.
이창호·이세돌에 비하면 조훈현은 특이한 존재다. 전체 우승 횟수 9번의 대부분인 7번을 1994년부터 2001년 사이 7년 동안 낚아 올렸다. 41~48세에 해당하는 나이였다. 그러나 그 이후엔 결승에 오르지 못했고 8할대의 높은 승률을 지켜냈다.
중국 창하오(常昊)는 10년간 11번 결승을 치러 3번만 승리, 우승 결정률이 27.3%에 그쳤다. 대부분 전성기 때의 기록인데도 유난히 결승서 약한 모습을 보였었다. 20년간 정상권에 머물며 37세까지 천하를 다툰 이창호와 비교된다. 결승전 승률은 결국 똑같은 잣대로 재단할 수 없는, 하나의 참고 자료일 뿐이란 결론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