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디크 칸 영국 런던 시장은 지난달 홀리데이인(Holiday Inn) 등 전 세계 브랜드를 보유한 인터컨티넨털 호텔그룹을 통해 객실 300개를 예약했다. 앞으로 3개월 동안 이 객실에는 런던의 노숙자들이 머문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을 막기 위해 불필요한 이동을 금지했는데도 집이 없는 노숙자들이 거리 생활을 계속하자 방역 당국이 특단의 조치를 취한 것이다. 택시 기사들이 자원 봉사자로 나서서 노숙자들을 호텔로 실어 나르고 있다.
최근 유럽에서는 길거리를 떠돌던 노숙자들이 호텔 생활을 하고 있다. 유럽 각국의 방역 당국이 코로나 사태로 손님을 받지 못하고 있는 호텔, 호스텔, 에어비앤비 등에 노숙인들을 격리시키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지난 31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줄리앙 드노르망디 프랑스 국무장관도 파리에 호텔 객실 220여개를 확보해 노숙자들을 격리하겠다고 밝혔다. 이비스(Ibis), 노보텔(Novotel) 등을 자회사로 둔 프랑스 호텔 그룹 아코르(Accor)는 파리를 비롯해 프랑스 전역에서 모두 객실 500개를 지원하겠다고 했다.
고급 호텔도 노숙자들에게 객실 문을 열었다. 호주 서부 퍼스시에 있는 5성급 팬퍼시픽호텔(Pan Pacific Hotel)은 노숙자 20명이 머물 수 있도록 객실을 비운다고 31일 밝혔는데, 이 호텔의 1박 숙박료는 260달러(약 32만원) 정도다.
집이 없는 노숙인들에게 호텔 객실을 제공하는 방법은 임시로 만든 열악한 거처만 제공하는 일부 다른 나라들과는 대조된다.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시에선 시내 대형 주차장 바닥에 선만 그어 놓고 노숙자들을 자도록 해 비난을 샀다. 페루에서는 투우장에 침대 매트리스를 깔아 임시 거처를 만들었다. 영국 유니버시티 컬리지 런던 연구팀은 호텔에 방역 취약 계층을 격리하는 것이 병원 등 다른 시설보다 비용 측면에서도 더 효율적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