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영 치약' 창업해 500만개 판매
작년 100억원 매출, LG생건에 인수
미국 홍콩 등 수출, 글로벌 토털 오럴케어 회사 추진

요즘 창업자들은 대부분 EXIT(지분 매각 통한 차익 실현)을 꿈꾼다. 그 EXIT에 성공하고, CEO를 계속하고 있는 루치펠로의 오은영 대표를 만났다. 2005년 미스코리아 ‘선’ 출신의 독특한 이력을 가졌다.

◇대기업 전략연구원 된 미스코리아

오은영 대표의 성공은 루치펠로 치약 덕이다. 명품을 표방한 치약이 유명세를 타면서 온라인몰(https://bit.ly/2X0M4uL) 등 출시 4년만에 500만개 판매를 넘어섰다. 고가 치약으로 외연을 확장하려는 LG생활건강에 작년 인수됐고, CEO로서 경영을 계속 하고 있다.

루치펠로를 창업하기까지 다양한 경로를 거쳤다. 어려서 미술을 했다. 디자인 전공으로 이화여대에 진학했다. 대학생이 돼 여유가 생기자 ‘뭘 해야 하나’ 고민이 생겼다. 도전거리를 찾다가 미스코리아에 지원해 덜컥 ‘선’이 됐다. 한국을 대표해 나간 미스월드 결선에선 top6까지 올랐다. 미스월드가 끝나고 대형 연예기획사에서 러브콜이 쏟아졌지만 응하지 않았다. "스스로 냉정하게 평가했을 때 연예계에 끼가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어요. 어려서 꿈인 창업을 위해 학생 신분으로 돌아갔습니다."

2005년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당시 오은영 대표(왼쪽)와 현재 오 대표

대학 생활을 열심히 했다. 미국 뉴욕에서 디자이너 인턴을 하고, 대한민국패션대전에서 지식경제부장관상을 받았다. 대학을 우등으로 졸업하고, 한 대기업그룹의 경영전략연구소에 들어갔다. 각 그룹 연구소들은 종합적인 사업 모델 분석을 위해 다양한 전공자를 선발한다.

"그룹 내 신사업 기획안이 올라오면 결정을 내리는 곳이었습니다. 부실 사업부분이 생기면 구조조정도 진행했죠. 다양한 케이스를 보고 함께 작업했습니다. 다양한 과제가 떨어졌고, 팀원들과 공동으로 해결했죠. 솔루션을 제공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문제 제기부터 솔루션 제공까지, 기승전결이 짜여 있는 일들이었습니다"

5년 만에 그만두고, 원래 꿈이었던 창업을 실행했다. B2B 사업으로 시작했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물건을 섭외해서 납품하는 일이다.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판단했어요. B2B는 협상을 통해 공급량이 정해지고 나면 만드는 방식이니까요. 틈틈이 사업 아이템과 시장 분석을 해놔 자신감이 있었어요. 반면 B2C는 얼마나 팔릴지 모르는 상태에서 개발, 제조 등을 진행해야 하니 리스크가 있다고 생각해서 추후로 미뤄놨습니다."

-경쟁 업체들과 차별성은 어떻게 냈나요.
"고객 만날 때마다 필요로 하는 게 뭔지 빨리 파악하려고 노력했고요. 되도록 마진에 욕심내지 않았습니다. 철저하게 고객 입장에서 생각하려고 노력했죠."

인터뷰하는 오은영 대표

-경영전략연구소에서 일했던 게 도움이 되던가요.
"그럼요. 일하면서 쌓은 네트워크가 큰 도움이 됐습니다. 돕겠다는 사람이 많았죠. 기업마다 어떤 걸 필요로 할지 예측해서 접근하는 것도 연구소 일하면서 배운 것이었습니다. 지금도 일하다 막히면 그때 생각을 많이 합니다. 당시 선배들이라면 이 문제에 대해 어떤 솔루션을 내렸을까. 가상의 팀을 만들어 놓고 함께 고민해 봅니다."

◇이틀만에 쓴 고급치약 사업계획서

사업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자 미뤄놨던 B2C를 할 때란 판단을 내렸다.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고급 위생용품이 있으면 좋겠다는 새각이 있었습니다. 효능이 좋으면서 디자인도 예뻐서 관광객이 선물용으로 사갈 만큼 좋은 제품이요."

고급 위생용품을 후속 사업 아이템으로 정하고, 수시로 생각을 다듬고 보완했다. 알아볼수록 시장성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업종 전환을 결심하고 사업 계획서를 썼다. "지금 봐도 만족스런 내용인데, 이틀만에 써지더군요. 사실 머릿 속에 있던 내용 정리하는거라 빨리 된거구요. 생각했던 기간 감안하면 무척 오래 쓰고 다듬은 셈입니다."

사업계획서가 나오자 빠르게 연구개발진과 생산공장을 섭외하고, ‘루치펠로’ 이름으로 법인을 냈다.

루치펠로 치약 이미지

대표 상품은 치약으로 잡았다. "연구진과 머리를 맞대 얘기하니 모두 바다를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있더라고요. 각국 바다의 천연유래물질을 포인트로 삼기로 했습니다. 제주 바다의 '감태', 그리스 키오스섬의 '매스틱오일', 미국 캘리포니아의 '자몽종자 추출물' 등 구강 건강에 도움이 되는 해양 추출물을 대표 성분으로 삼기로 했습니다. "

-효능은 뭘 강조했나요.
"입냄새 제거요. 임상시험 결과 입냄새 유발 물질이 90%이상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잇몸질환과 충치유발균의 활동성도 감소되고요. 사용감은 '자극없이 깨끗한 느낌'에 중점을 뒀습니다. 고운 형질의 고급연마제를 써서 치아 자극을 최소화했고요. 통상 치약감미제로 쓰이는 사카린도 쓰지 않기로 했습니다."

오랜 개발 끝에 만족스런 제품이 나왔다. 고급 치약으로 포지셔닝하고 발로 뛰며 마케팅을 했다. "진심을 보여드렸더니 호응이 있더라고요. 6개월만에 목표로 한 채널 모두에 입점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오은영 대표(왼쪽)와 루치펠로 본사

◇500만개 팔아치운 ‘고소영 치약’

출시한지 얼마 안돼 영화배우 고소영 씨가 강남 한 백화점에서 구입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곧 ‘고소영 치약’으로 유명세를 탔다. 다른 연예인도 루치펠로 치약을 사는 모습이 목격됐다. "유명 연예인이 쓰는 제품이라면서 찾는 분이 크게 늘었습니다."

이후 판매가 급증하면서 많은 사람이 아는 치약이 됐다. 지난 4년 동안 온라인몰(https://bit.ly/2X0M4uL) 등에서 500만개를 팔았다. 연매출은 작년 취급액 기준 100억원을 돌파했다. 잇몸·치아가 예민하거나, 나이든 고객이 재구매를 많이 한다.

유로모니터에서 주목해야할 브랜드로 선정됐다. 중국, 홍콩, 싱가폴, 호주에 수출하고 있고, 미국, 러시아와 계약을 진행 중이다.

루치펠로 모델이 된 고소영 씨

보다 빠른 성장을 위해 작년 결단을 내렸다. LG생활건강의 인수 제안을 받아들인 것. LG생건은 페리오, 죽염 등 중저가 중심의 치약 제품 라인을 고가 제품으로 확대하기 위해 루치펠로를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덕분에 오 대표를 비롯한 주주들은 큰 차익을 얻었다. 여기서 만족하지 않는다. 이제 LG생건 ‘자회사’ 루치펠로의 대표로 회사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회사 지분을 매각한 이유가 뭔가요.
"해외진출과 제품 개발이요. LG생건이 가진 해외 네트워크를 통해 수출을 확대할 수 있고요. 중소기업은 연구개발이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는데, LG생건은 건물 통째로 R&D센터가 있더라고요. 향을 연구하는 사람만 20명이 넘죠. LG생건과 함께라면 수출을 늘리면서 보다 다양하고 좋은 제품을 개발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토털 오럴케어 회사 목표

얼마 전 고소영 씨가 회사로 전화를 걸어왔다. 코로나 사태 극복에 도움이 되도록 위생용품을 구매해 기부할 계획인데, 루치펠로의 가글액도 포함시키고 싶다는 전화였다. "정말 멋있는 분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통화 후 직접 뵙고, 기부도 함께 진행했습니다. 이게 연이 돼 광고모델 계약으로까지 이어졌습니다. 성장 2라운드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오은영 대표

-앞으로 목표는요.
"국내 치약 시장의 10%를 점유하는 거요. 고급 치약이 차지할 수 있는 현실적인 시장 점유율의 마지노선입니다. 작년 점유율이 3% 정도 됐는데요. 지금의 3배 정도로 더 커질 여력이 있다고 봅니다. 탄탄한 매출을 기반으로 프리미엄 토털 오럴케어 회사가 되고 싶습니다. 치약외에 칫솔, 구강세정제도 만들고 있는데요. 전동칫솔, 치실 등 구강 케어와 관련한 모든 제품을 다룰 계획입니다. 욕실도 하나의 쉼의 공간이 돼야 합니다. 은은한 향도 나고 오감을 기쁘게 할 수 있는 공간이요. 우리 제품이 그 역할을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경영자로서 원칙이 있다면요.
"기업의 본분인 이윤 창출을 위해 노력하면서도, 거래처와 상생하고, 직원이 발전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드는 거요. 정도로만 가면 꿈을 이룰거라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