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새의 아버지'로 불린 원로 조류학자 원병오(91·사진) 경희대 생물학과 명예교수가 9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개성 출신으로 1947년 김일성대 농학부에 입학했지만 6·25 전쟁이 일어나자 월남, 경희대 생물학과를 졸업한 뒤 일본 홋카이도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전국을 20여 바퀴 돌며 한반도 남쪽에 새가 모두 450종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했으며, 새로운 조류를 50여 종 발견하는 업적을 내는 등 한국 조류학의 터전을 일궜다. 그는 "인간의 풍요로운 삶을 지속하기 위해 새를 보호해야 한다"고 했다.

6·25 전쟁 때 북에 남은 부친 원홍구 박사도 조류학자였다. 1965년 원병오 교수가 날려보낸 철새의 인식표를 아버지가 발견해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부친에게 편지를 보낼 수는 있었으나 부자는 끝내 만나지 못했고, 2002년이 돼서야 개성에 있는 아버지 원홍구 박사의 무덤을 찾을 수 있었다.

국민훈장 석류장, 제7회 한·일국제환경상 등을 받았다. 유족은 아들 원창덕 미래환경연구소 소장, 딸 원영미 울산대 교수·원영선 서울여대 교수가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발인 11일9시20분, (02)3010-22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