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16세 미만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가질 경우 무조건 처벌하는 등 성범죄 관련 법안들의 제·개정 계획을 밝혔다. 주택·상가임대차법 개정 방침도 밝혔다. 여당이 모든 법안을 단독 처리할 수 있는 총선 결과가 나오자 법무부가 각종 입법 사안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법무부는 17일 미성년자 의제강간 기준 연령을 기존의 만 13세 미만에서 만 16세 미만으로 상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만 13세 미만 미성년자와의 성관계는 미성년자의 동의가 있더라도 강간으로 보고 무조건 처벌한다. 그런데 그 기준 연령을 16세 미만으로 바꾸도록 법을 개정하겠다는 것이다.
이 경우 성인과 중학생이 합의하에 성관계를 가졌다고 하더라도 강간죄로 처벌된다. 현재는 중·고교생에 해당하는 13세 이상~19세 미만 청소년과의 성관계는 어른이 청소년을 속이거나(위계) 압박하는(위력) 등의 정황이 있어야 처벌되는데, 법 개정으로 무조건 처벌되는 범위가 넓어지는 것이다. 법무부는 또한 'N번방' 사건처럼 조직적인 성범죄가 이뤄졌을 경우 가담자 전원을 전체 범행의 공범으로 기소해 범죄단체 조직죄를 적용하고, 미성년자 강간 등을 모의하기만 하더라도 처벌할 수 있도록 '예비·음모죄'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법무부가 밝힌 방침의 상당수는 법 개정을 거쳐야 한다. 미성년자 의제강간 연령 상향이나 예비·음모죄 신설은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을 바꿔야 하고, 그에 따라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등 관련 법률의 처벌 기준 연령도 바꿔야 한다. 법 개정에는 국회 재적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과반수의 찬성이 필요해, 총선에서 180석 압승을 거둔 민주당과 범여권이 단독으로 법 개정을 할 수 있다.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엄벌' 여론에만 부응해 무리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변호사는 "의제강간 기준 연령을 올리는 것은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부정하는 측면이 있어 충분한 토론이 필요하다"며 "범죄단체 조직죄 해당 여부 등 수사를 해 봐야 알 수 있는 사항들에 대해 법무부가 '지침'을 주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