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곳곳이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 기상 현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상황을 ‘기후 위기’로 의식하고 적극 대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제정된 기념일인 '지구의 날'이 22일 50주년을 맞았지만 지구의 환경은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

지난겨울 전국의 평균기온은 3.1도로 1973년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래 가장 높았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2월 짧은 한파가 있었지만, 대부분 기간의 기온이 평년보다 높았다. 특히 지난 1월에는 통상 겨울철 부는 차가운 서풍이 아닌 온난한 남풍이 많이 불면서 전국에서 고온 현상이 나타났다.

이처럼 겨울이 따뜻했던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기후변화가 꼽힌다. 급격한 기후변화로 차고 건조한 시베리아 고기압이 발달하지 못했고, 이에 따라 우리나라로 부는 차가운 북서풍도 약해졌다는 것이다. 기상청은 "기후변화가 계속될수록 폭염과 한파, 이상고온과 이상저온 등 이례적이고 극단적인 기상 현상이 더욱 자주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기후변화, 이제는 '기후 위기'

지난겨울 이상기상 현상이 나타난 것은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다. 북유럽과 러시아 서부를 중심으로 이상고온이 발생했고, 호주에서는 지난해 하반기 내내 강한 폭염과 광범위하게 지속된 산불로 인해 큰 피해가 발생했다. 반대로 같은 기간 이상저온과 폭설을 겪은 지역도 있다. 북미와 이탈리아에서는 이상저온이 발생했고, 아열대기후 지역인 태국과 인도 북부, 이집트에서는 이례적인 폭설이 관측되기도 했다. 인도 북부는 118년 만에 최저기온 기록을 새로 썼고, 이집트 카이로에는 112년 만에 1월에 눈이 내렸다.

전 세계가 이처럼 기후변화로 인한 재해를 입으면서 기후변화 수준을 넘어서 '기후 위기' '기후 재난'으로 인식하고 대처해 가야 한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전 세계 153국 과학자 1만1000명은 지난해 발간된 국제 과학학술지 '바이오사이언스'에 공동성명을 내고 "기후 위기는 인류에 막대한 고통을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과학자들은 "이제 허비할 시간이 없다. 기후 위기는 이미 우리 앞에 도달했고, 과학자 대다수의 예상보다 훨씬 빨리, 심각하게 진행되면서 생태계와 인류의 운명을 위협하고 있다"며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논의가 지난 40년 동안 이어져 왔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위기를 해결하는 데 실패했다"고 우려했다. 성명을 주도한 미국 오리건 대학의 윌리엄 리플 교수는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극단적인 기후의 급증 때문에 과학자들이 공동으로 나섰다"고 설명했다.

기후 위기로 커지는 감염병 발생

기후변화가 심각해질수록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와 같은 전염병의 위협이 커질 것이라는 예측은 이제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2014년 지구 평균기온이 1도 오를 때마다 전염병이 4.7% 늘어날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마거릿 챈 당시 WHO 총장은 "기후변화 영향으로 심각한 더위가 계속되고, 이로 인한 생활용수의 오염, 홍수와 가뭄 등으로 이미 수만명이 매년 목숨을 잃고 있다"며 "앞으로 설사와 말라리아 등 각종 질병이 만연하고 노약자의 피해가 커지면서 매년 약 25만명 이상이 목숨을 잃을 수 있다"고 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보고서를 통해 기후변화로 곤충·설치류 등과 접촉이 많아지면서 전염병 위험성이 급증할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실제로 곤충과 동물을 매개로 한 바이러스로 추정되는 신종인플루엔자(2009년), 에볼라바이러스(2014년), 지카바이러스(2015년) 등 신종 감염병 발생 건수는 최근 50년간 빠르게 늘고 있다.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또한 박쥐와의 접촉이 원인으로 꼽힌다.

녹색기술로 환경 복원 노력해야

전문가들은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기존 산업구조를 손보는 동시에 친환경 기술을 개발·발전시켜야 한다고 지적한다. 환경 기술 개발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노동기구(ILO) 피터 포센 박사는 지난해 출간된 저서 '친환경 일자리와 지속가능한 경제'를 통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그린테크놀로지(green technology·녹색기술) 개발로 미국에서만 150만개 이상의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는 올해 90억원 이상을 투입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에너지와 환경 분야 기술을 개발하겠다는 계획이다. 수소연료전지 소재·부품, 바이오에너지 등을 개발하고 바뀌는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수자원 확보와 수질·대기 환경 관리에도 투자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