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동영상 '틱톡'의 인기로 글로벌 IT 기업 반열에 오른 중국 바이트댄스는 최근 골드만 삭스·팰컨 에지 캐피털 등과 함께 인도 인기 뉴스 앱 '데일리헌트'에 2350만달러(약 290억원)를 투자했다. 지난 2016년 2500만달러 투자에 이어 추가로 지분을 늘리고, 13억 인구의 뉴스 검색 시장을 공략하고 나선 것이다. '중국의 워런 버핏'으로 불리는 궈광창(郭廣昌) 푸싱그룹 회장은 지난달 20일 자회사를 통해 프랑스 보석 브랜드 줄라(Djula)의 지분 55.4%를 2억1000만위안(약 360억원)에 인수했다. 중국이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글로벌 경기가 차갑게 가라앉은 틈을 노려 자본력을 동원해 '기업 사냥'에 나선 것이다.

그러자 세계 주요국들이 대대적인 외국인 투자 규제 정책을 내놓으며 '차이나 머니' 공습 견제에 나섰다. 일종의 '반중(反中) 연대'가 생겨난 셈이다. 이 국가들이 중국에 등을 돌린 배경에는 중국의 공격적 투자에 따른 공포가 깔려 있다. 중국은 2013년부터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을 펼치며 대외 원조와 투자를 공격적으로 늘려왔다. 중국 상무부와 국가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전 세계 국가 188곳 중 80% 이상에 중국 자본이 유입됐다. 벨기에·스페인 등 유럽 주요 항만 운영사의 지분 절반 이상을 중국원양해운(COSCO)이 쥐고 있을 정도로 핵심 인프라까지 중국 자본이 잠식해가고 있다. 여기에 제조업의 탈(脫)중국화 시도도 나타나고 있다.

◇바이바이, 차이나 머니

최근 인도와 중국 사이에서는 '자유무역 원칙'을 두고 설전이 오가고 있다. 지난 20일 주인도 중국대사관 대변인 지룽찬짠은 공식 성명서를 통해 "인도가 특정 국가 투자자를 막아서는 건 WTO(세계무역기구)의 차별 금지 원칙을 어기는 것이며, G20 국가 간 공정하고 자유로운 무역 환경 조성을 위한 약속에도 맞지 않는다"며 인도 정부를 비판하고 나섰다.

일러스트=김성규

인도 상무부는 지난 18일 "인도와 국경을 공유하는 국가에 기반을 두거나 관련 있는 해외 기업이 인도에 투자할 때는 반드시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투자 정책을 발표했다. 인도와 국경을 맞댄 나라 중 대규모 투자를 진행할 수 있는 나라는 중국밖에 없어 사실상 '중국 기업의 투자 금지 정책'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인도 이코노믹타임스 등 현지 매체는 "이미 많은 첨단 기술 산업의 지분이 알리바바·텐센트 같은 중국 기업에 넘어간 상황"이라며 "인도 정부가 중국 투자를 견제하지 않는다면 큰 변화가 생길 것"이라며 정부 정책을 옹호하고 나섰다.

지난 8일(현지 시각) 독일 정부도 유럽연합(EU) 회원국이 아닌 다른 국가의 자본이 독일 기업에 투자할 경우, 정부가 심사를 통해 투자를 금지할 수 있다는 내용의 외국 자본 규제 방침을 발표했다. 외국인 투자 건에 대한 정부의 심사 폭을 넓혔다. 기존에는 공공 부문이나 안보 측면에서 '실질적인 위험이 확인된 경우'에만 정부가 심사를 진행했지만, 이제는 '해를 끼칠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도 심사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인공지능(AI)·반도체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선 외국인이 지분 10% 이상 투자하는 경우 정부가 개입할 수 있다는 조항도 추가했다. 중국 인민망 등은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조치"라고 분석했다.

호주도 지난달 30일 모든 외국인의 인수·합병(M&A)과 투자 제안을 외국인투자검토이사회(FIRB)의 심의를 거치도록 했다. 원래 12억호주달러(약 9384억원) 이상의 M&A(인수·합병)에만 적용되던 규정이다. 프랑스와 영국에서도 연이어 "경제 주권을 강화하고 중국과의 관계를 재설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일에선 '중국 떠나라' 요구

중국 통신업체 화웨이 등에 강력한 규제를 하는 미국은 지난 9일 중국에 진출해 있는 자국 기업에 "미국으로 돌아오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래리 커들로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지난 9일 폭스TV에 출연해 "중국에서 벗어나길 원하는 모든 미국 기업의 이전 비용을 100% 지원하는 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며 "더 많은 미국 기업이 유턴할 수 있도록 필요한 정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도 같은 날 108조엔(약 1222조원) 규모의 코로나 관련 경제 원조 계획을 발표하면서 일본 제조업의 중국 철수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 사태로 중국발 부품난이 일어나자,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공급망을 다원화하겠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마스크·의료 원조 등으로 코로나 책임론을 피하려 한 것이 도리어 서구권 국가의 불만을 증폭시켰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의 외교정책 싱크탱크인 포린폴리시 리서치 인스티튜트는 "중국의 코로나 외교가 유럽에서 오히려 역효과를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은 최근 미국의 뒷마당인 남미와 아프리카 지역에 마스크 원조를 집중하는 모습이다. 박승찬 중국경영연구소 소장(용인대 교수)은 "세계 주요국의 전방위 공격이 지속된다면 공산당 내부에서 시진핑 책임론까지 거론될 위기"라며 "코로나를 기점으로 중국과 반중국 진영의 맞서는 구도는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