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의 한 부대에서 병사들이 카카오톡 단체방에 암구호를 올려 징계를 받은 것으로 23일 알려졌다. 암구호는 적군과 아군을 분간할 수 없는 야간에 아군을 확인하기 위해 정해놓은 일종의 암호로 3급 비밀이다. 국방부는 그동안 전 장병에게 휴대전화를 허용하면서 “개인적인 일탈 행위 등은 있지만, 보안 사고는 없다”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이번엔 휴대전화를 통해 보안에 구멍이 뚫린 것이다.

군 관계자는 “지난 2월 초 강원도의 한 부대에서 외박 후 복귀하던 A 일병이 동기 카카오톡 방에 암구호를 문의했고, 이에 B 일병이 암구호를 카카오톡으로 공유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했다. 이들의 이와 같은 행위는 위병소 근무자가 A 일병이 암구호를 아는 것을 수상쩍게 여겨 조사하는 과정에서 알려졌다. 이날 낮에 암구호가 바뀌었는데, A 일병은 부대 내에 없어 암구호를 알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군 관계자는 “암구호를 카카오톡 방에 공유하는 것은 휴대전화 보안 사고”라며 “암구호가 3급 비밀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것 같다”고 했다. 암구호를 문의한 병사와 이를 알려준 병사에게는 징계 처분이 내려진 것으로 전해졌다. 육군은 “병 휴대전화 사용위반 행위 징계처리 지시에 의거해 일병 2명을 엄중 처벌했다”고 했다.

실제로 군은 이와 같은 사례를 공문으로 일선 부대에 알리며 “개인 소유 정보 통신 장비와 SNS 사용에서 보안 위반 사례가 발생했다”며 “같은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보안 교육 및 자체 점검을 하라”고 주의를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도 휴대전화 보안 스티커를 제거한 뒤 부대 사진을 찍어 개인 SNS에 올리거나 허용되지 않은 영상통화를 하는가 하면, 충전 목적으로 국방망 컴퓨터에 휴대전화를 연결하는 등 다수의 사례가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군은 주의 공문까지 발송하고도 국회 등에 “장병 휴대전화 사용 시행일로부터 최근까지 보안 사고는 없었다”고 보고했다. 이 때문에 군 안팎에서는 “휴대전화 보안 사고는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에 일부러 알리지 않은게 아니냐”라는 얘기가 나왔다. 국방부는 “이번 사안은 보안위반 사안이며 국방부에 보고되어야 할 보안사고에 해당하진 않는다”면서도 “병 휴대전화 사용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교육을 강화해 가겠다”고 했다.

최근 군에서는 잇따른 군기 문란 사건·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경기도의 한 육군 부대에서는 상병이 야전삽으로 여성 대위를 폭행해 수사를 받고 있다. 사격장 내 수풀 제거 작업에 불만을 가진 병사를 대위가 불러 면담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다른 육군 부대에서는 대위가 만취 상태로 옷을 벗은 채 누워 잠을 자다가 주민에게 발견됐고, 같은 부대 소속 중위는 노래방에서 민간인 여성을 추행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충청도 육군 부대에서는 남성 부사관들이 상관인 남성 장교를 집단으로 성추행하는 일이 발생했다. 현역 육군 일병은 성(性) 착취물을 공유해온 텔레그램방의 핵심 관리자로 지목돼 구속됐다. 해군 함장은 부하 여군을 성추행하다 해임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