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과도한 투기 수요로 '원유 선물 상장지수증권(ETN)' 시장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원유 ETN을 발행하는 증권사들 입장도 난처해지고 있다. 시장에 적정 가격으로 원유 ETN을 대거 풀면 거품이 잔뜩 낀 주가를 떨어뜨리는 데 도움이 되지만, 기초자산(유가)과 시장가격(주가) 간 괴리율이 너무 벌어진 탓에 현재 유가를 감안한 적정가격을 적어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26일 삼성증권에 따르면, 이 회사는 국제 유가 등락률의 2배로 움직이는 종목(삼성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ETN) 1억주를 27일 추가 상장한다. 최근 원유 ETN 종목의 괴리율이 치솟은 데는 유가 폭락 후 급반등할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가장 크게 작용했지만 시장에서 거래되는 ETN 물량이 부족했던 것도 주요인으로 지목됐다.

증권사가 신규 ETN을 적정가격으로 발행해 시장에 대거 풀면 주가를 끌어내려 괴리율이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삼성 레버리지 WTI 원유 선물 ETN'은 괴리율이 900%를 넘는 초유의 상황이기 때문에 삼성증권도 투자자 보호 대책을 나름대로 마련한 셈이다. 삼성증권뿐 아니라 신한금융투자도 지난 21일 '신한 레버리지 원유선물 ETN(H)' 2억주를 추가 상장했고, NH투자증권도 27일 'QV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H)' 200만주를 상장할 계획이다.

하지만 증권사들은 ETN을 잔뜩 발행해놓고 시장에 팔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레버리지 종목의 호가는 시장가격의 -60%부터 +60% 사이(일반 종목은 -30%에서 +30%)에서 낼 수 있는데 -60%인 하한가로 호가를 낸다 해도 실제 기초자산(유가)과의 괴리가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증권사가 하한가에 맞춰 호가를 내면 "저유가 덕에 싼값에 발행한 증권을 시장에 비싸게 내놔 폭리를 취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한국거래소는 27일부터 30분 단위로 호가를 모아 가장 많은 수량에 체결될 수 있는 하나의 가격으로만 거래가 진행되는 '단일가 매매'로 ETN 시장을 운영할 방침이지만 시장가격이 어느 정도 낮게 형성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유가가 향후 급등하거나 주가가 떨어지면서 둘 사이 괴리율이 많이 좁혀진 뒤에야 새로 발행한 ETN을 시장에 풀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