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8일 이탈리아 국민들의 뇌리 속에 선명하게 기억돼 있는 악명 높은 마피아 한 명이 출소했다. 올해 85세인 프랑코 카탈도라는 사람이다. 그는 1993년 조직을 배신했다며 산티노 디 마테오라는 부하의 11세 아들을 납치했다. 디 마테오가 1992년 반(反)마피아 운동의 상징인 조반니 팔코네 판사를 마피아들이 폭살(爆殺)시킨 사건에 대해 경찰 수사에 협조했다는 이유였다.

카탈도는 주세페 디 마테오라는 이 아이를 26개월간 감금한 끝에 결국 13세이던 소년의 목을 조르고 몸에 황산을 부어 잔인하게 살해했다. 경찰이 어린 디 마테오의 시신을 발견했을 때 몸이 황산에 녹아 형체를 찾기 쉽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비극적으로 숨진 소년 주세페의 이야기는 2017년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아버지가 몸담은 마피아 조직에 의해 13세 때 살해된 주세페 디 마테오

카탈도는 주세페를 살해한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중이었다. 그러다 갑자기 4월말 풀려난 건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이다. 이탈리아 정부는 수감자들이 밀집된 교도소에서 바이러스가 번질까봐 가택 연금을 하거나 아예 방면하는 식으로 70세 이상 고령의 죄수를 풀어주고 있다. 4월말까지 풀려난 죄수는 376명에 달하고 그중에는 카탈도 같은 옛 마피아 간부 또는 마약 거래범이 다수 포함돼 있다고 일간 라레푸블리카가 보도했다.

방송에 나와 아들 주세페가 피살된 당시를 이야기하는 전직 마피아 산티니 디 마테오

가뜩이나 코로나 사태를 맞아 마피아들이 사업을 확장하고 있어 마피아에 대한 여론이 나쁜 시기다. 마피아들은 코로나로 타격을 입은 자영업자들을 상대로 고리(高利)로 이자 놀이를 하는가 하면, 부도난 기업들을 인수해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마스크를 수입해 짭짤한 수입도 올리는 중이다.

1980년 시칠리아 주지사로 재임하던 중 마피아에 의해 암살된 피에르산티 마타렐라. 세르지오 마타렐라 현 이탈리아 대통령의 형이다.

이런 상황에서 카탈도를 비롯한 마피아 수감자들이 대거 출소하자 이탈리아는 발칵 뒤집혔다. 제1야당인 동맹당을 이끄는 마테오 살비니 대표는 “완전 미친 짓”이라고 했다. 이탈리아형제당의 안드레아 델마스트로 대변인은 “1970년대 이후 마피아가 거둔 최고의 성과”라며 “마피아들에 대해 가택 연금을 하면 범죄 모의를 도와주는 꼴”이라고 했다. 마피아에 가족을 잃은 사람들은 언론 인터뷰에 응해 분노를 표시했다. 형을 마피아에 의해 잃은 세르지오 마타렐라 대통령도 불쾌감을 표시했다. 마타렐라 대통령의 형 피에르산티 마타렐라는 1980년 시칠리아 주지사로 재임하던 중 마피아에 의해 암살됐다.

마피아들의 뒤를 봐준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알폰소 보나페데 이탈리아 법무장관

여론이 들끓으면서 죄수 방면에 앞장 선 알폰소 보나페데 법무장관이 마피아와 연계돼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2018년 보나페데는 마피아 수사를 오래 맡았던 검사를 교정 총괄 책임자로 임명하려다 마피아들이 반발하자 이를 철회했다는 의심을 받기도 했다. 결국 보나페데는 여론의 포화를 이기지 못하고 집으로 돌려보낸 죄수들을 다시 수감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야권은 보나페데에 대한 불신임안을 7일 의회에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