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코로나와 관련한 각종 현금성 지원 예산을 마련하기 위해 어린이집 확충·난임 부부 지원 등 기존 복지 예산을 대폭 삭감할 방침인 것으로 확인됐다. 일회성 현금 지원을 늘리려다 보건·복지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의회는 8일 1조6938억원 규모의 서울시 코로나 2차 추경예산안을 통과시켰다고 밝혔다. 이번 2차 추경예산은 정부에서 전 국민에게 주는 긴급생활지원분 중 시 부담분(6300억원), 시가 자체적으로 주는 자영업자 생존 자금(5756억원), 코로나 피해 업종 지원금(344억원) 등의 재원으로 쓰이게 된다. 시는 추경예산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분야별로 기존 예산을 감액했다. 어린이·여성과 취약 계층을 위한 보건·복지 분야에서는 총 889억여원을 깎았다.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예산은 당초 800억원이 배정돼 있었으나 코로나 관련 재원 조성을 위해 50억원이 감액됐다. 시는 당초 추경예산으로 490억원을 편성해 올해 국공립 어린이집 130곳을 확충하고 시민들의 국공립 어린이집 이용률을 5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코로나로 추경은커녕 기존에 잡힌 예산마저 깎이게 되면서 올해 신규 확충 어린이집은 목표치에 크게 못 미치는 70여곳에 그칠 전망이다.

맞벌이 부부를 위해 방과 후 초등학생을 돌보는 우리동네키움센터 운영 예산도 215억6400만원에서 40억8100만원이 깎인 174억8300만원으로 감액됐다. 이에 따라 신규 키움센터도 90여곳으로 목표치(110여곳)를 크게 밑돌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난임 부부 지원 사업(1억1200만원 감액), 모자건강센터 설치 운영(6억원 감액) 등의 사업도 예산이 대폭 축소됐다. 시는 코로나 현금 복지 재원 마련을 위해 올해 19~34세 구직자들에게 최대 300만원까지 주는 청년수당 예산도 120억원을 감액할 계획이었지만, 의회가 "이런 상황에서는 청년수당이 더 필요하다"며 제동을 걸었다.

시가 코로나 대응을 위해 출산·보육·복지 분야 예산에 칼질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김소양 서울시의원(미래통합당)은 "서울시의 현금 지원 뒤에는 출산·보육 정책의 대폭 축소라는 씁쓸한 현실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