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가 제주에 호텔 진출을 선언했다. 제주지역 업체를 등에 업고 소주 시장에 진출해 쓴 맛을 보고 있는 신세계가 호텔 사업으로 상처입은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을 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신세계조선호텔은 최근 새로운 5성급 독자 브랜드 ‘그랜드 조선’을 발표하고, 국내 대표 관광도시인 부산과 제주에 설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는 8월 부산 해운대에 330실 규모의 ‘그랜드 조선 부산’ 호텔을, 12월에는 제주 중문단지에 271실 규모의 ‘그랜드 조선 제주’를 열 계획이다.
그랜드 조선은 신세계조선호텔의 럭셔리 브랜드인 ‘웨스틴 조선호텔’ 다음 등급인 어퍼 업스케일(Upper upscale)급 브랜드다. 브랜드 이름은 웅장함을 의미하는 ‘그랜드(Grand)’와 조선호텔의 전통성을 이어간다는 취지로 한국적 발음을 살린 ‘조선(Josun)’을 결합해 만들었다.
‘그랜드 조선 제주’가 들어가는 제주 관광 1번지인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에는 국내 호텔 업계 강자인 신라호텔과 롯데호텔이 터줏대감처럼 버티고 있다. ‘그랜드 조선 제주’는 별들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이들 호텔에게 도전장을 던진 셈이다.
하지만 신세계 그룹에게 ‘제주’는 그리 만만한 곳이 아니다.
신세계는 지난 2016년 제주지역 소주회사를 인수하면서 야심차게 소주 시장에 진출했지만, 지역 향토기업의 벽에 부딪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신세계 이마트는 지난 2016년 향토 제주 소주회사를 190억원을 들여 인수해 '제주소주'를 설립했다.
2017년 하반기 대표 제품인 '푸른밤' 소주를 출시하며 외형 성장에 나섰지만, 유통망이 좁고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탓에 성장세는 예상보다 더딘 상태다.
제주소주가 시장에 자리 잡는 기간이 지연되면서 재무구조는 크게 악화된 상태다.
제주소주의 매출액이 2017년 12억원, 2018년 43억원, 2019년 48억원 순으로 급증했다. 하지만 마케팅에 쏟아부은 돈이 매출보다 많았던 까닭에 적자도 덩달아 늘기 시작했다. 2017년 처음으로 6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고, 작년까지 3년간 337억원의 적자를 냈다.
지난해 말 기준 총차입금은 105억원으로 전년동기 52억원보다 두 배 늘었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도 38.7%에서 90.7%로 상승했다.
유통망이 좁고 브랜드 인지도가 낮아 차입금조차 갚을 여력이 없어 이마트가 매년 100억원 이상 출자하면서 지금까지 출자금만 57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급기야 제주소주는 최근 체질개선에 나서고 있는 신세계 그룹의 구조조정 대상으로 거론되는 처지까지 몰리게 됐다.
현재 제주도는 향토기업인 ㈜한라산소주가 생산하는 ‘한라산’이 60%의 점유율로 확고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고, 이어 하이트진로의 ‘참이슬’이 30% 후반대 2위를 기록 중이다.
신세계그룹이 공을 들이고 있는 면세점 사업 역시 제주도에서는 환영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신세계그룹은 제주지역 진출을 노리고 제주시내 중심가에 호텔을 인수하고, 그 자리에 면세점 시설을 설치하는 내용의 인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
제주지역에 추가의 면세점 특허권이 나올 경우를 대비해 사전 준비작업인 셈이다.
이에 대해 지역 소상공인과 도의회 등은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은 "제주시내 번화가 반경 400m 안에 현재 운영중인 롯데·신라와 신세계까지 대형면세점 3개가 들어서게 된다면 엄청난 교통혼잡을 야기할 것"이라며 "이로 인해 지역소상공인의 피해가 심각해지고, 면세업체간 출혈경쟁이 심화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