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자산운용의 전주로 알려진 김봉현(개명 전 이름 김기만)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지난해 3월 측근 A씨와 주고받은 중국 메신저 위챗 메시지.

라임자산운용의 배후 전주(錢主)로 알려진 김봉현(46·구속)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해외 도피시킨 수원여객 전 재무이사 김모(42)씨는 지난 12일 캄보디아 현지에서 자수했다. 김씨는 김 전 회장이 수원여객 회삿돈 241억원을 횡령한 사건의 공범이다. 작년 1월 괌으로 도주했던 김씨는 이후 1년 넘게 베트남, 마카오, 중국을 종횡무진 누볐다. 김씨에겐 인터폴 적색 수배가 내려진 상태였다. 작년 3월 김씨가 비자 갱신을 위해 중국 칭다오에서 마카오로 입국하려다 17일간 현지 공항에 억류된 것도 그 때문이었다.

하지만 당시 김씨는 김 전 회장 측이 마련한 전세기에 몸을 싣고 유유히 캄보디아로 출국했다. 홍콩 총영사관이 그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는데도 그런 일이 벌어졌던 만큼 "도피 배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돼 왔다. 이와 관련해 본지는 당시 김 전 회장이 김씨를 마카오에서 빼내기 위해 현지에 있던 측근 A씨와 나눈 메신저 대화 내용을 입수했다.

◇김봉현 "형이 다 조치해놨다"

당시 대화는 중국 메신저인 위챗을 통해 오갔다. 김씨가 공항에 억류된 지 4~5일쯤 지난 시점이라고 한다. 측근 A씨가 "○○(김씨) 카톡으로 홍콩 영사관에서 문자 왔다고 합니다"라고 하자, 김 전 회장은 "고래. 머라고 왔다능가?"라고 물었다.

이에 A씨는 "(홍콩 영사관 측에선) 별말 없었고 식사랑 잘하는지 이런 거 물어봤다고 합니다"라고 했다. 그러자 김 전 회장은 "ㅎㅎ 그 짝은 형이 다 조치해 놨으니까~ 중국 쪽 일만 잘해줘. 형이 하루에 열 번씩 하나님께 기도하고 있으니까"라고 했다. 업계에서 김 전 회장은 마카오에서 도박하다 일요일이면 국내 교회를 가기 위해 잠시 귀국할 정도의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알려져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김 전 회장이 '홍콩 영사관에 조치해 놨다'고 큰소리치는 부분이다. 홍콩 영사관 등 우리 외교 당국 쪽에 로비를 해놨으니 걱정 말라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다. 실제 당시 김 전 회장은 "○○가 공항에 1년을 있어도 아무도 잡으러 안 올 것"이라 했다고 한다. 물론 사실과 동떨어진 과장에 불과할 수도 있다. 외교부는 지난달 언론에 "마카오 이민 당국에 김씨의 강제 추방을 요청했다"고 했었다.

또한 A씨는 "중국 쪽에서 연락왔습니다. 일 보는 건 가능할 거 같은데 비용을 많이 요구하네요. 홍콩 달러 700만달러 요구합니다"라고 했다. 김 전 회장이 "한국 돈으로 얼마지?"라고 하자 A씨는 "한화로 10억원 정도 됩니다"라고 답했다.

◇도피 중이던 김씨, 전직 장관 거론

당시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본지 취재에 "김봉현 전 회장이 김씨를 빼내는 데 7억5000만원을 썼다고 했다"며 "전세기 렌트 비용 1억원, 중국과 현지 당국 로비 자금 6억원, 캄보디아 세관에 5000만원"이라고 했다. 전언(傳言)인 만큼 이 내용이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 향후 검찰이 수사로 확인해야 할 부분으로 보인다.

지난 12일 캄보디아에서 자수한 김씨는 22일 귀국 예정이다. 다만, 코로나 사태로 캄보디아 직항편 마련이 여의치 않아 변동이 있을 수도 있다. 1년 넘게 해외 도피 중이던 김씨는 평소 자수를 권유하는 주변 인사들에게 "B 의원이 외가 쪽 삼촌인데 나도 다 생각이 있다. 나중에 삼촌한테 이야기해서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B 의원은 노무현 정부 장관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