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로 소비 지도가 급격히 바뀌는 가운데, 의외의 수혜 업종들도 나오고 있다.
대중교통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하며 이를 대체할 근거리·친환경 이동수단으로 주목받은 자전거 매출이 전년 대비 69% 급증한 것으로 나왔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재택근무 확산 등으로 집 밖에 나가는 일이 줄어든 김에 성형·안과 진료를 받는 이들도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이런 내용 등을 담은 ‘코로나19가 가져온 소비 행태의 변화’ 보고서를 21일 발간했다. 하나카드의 올해와 작년 매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가장 심각한 피해, 여행 관련 업종
코로나 사태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건 여행 관련 업종으로 조사됐다. 코로나 확진자 수가 절정에 달하던 지난 3월 면세점 매출은 전년 대비 88% 줄었다. 여행사와 항공사도 각각 85%, 74%씩 감소했다. 올해 1분기를 통틀어서 봐도 여행사(-59%), 면세점(-52%), 항공사(-50%) 모두 큰 타격을 입었다.
실내에 밀집한 정도가 높아 휴업 권고를 받은 학원 업종 타격도 컸다. 무술도장·학원의 3월 매출은 전년 대비 85% 감소했다. 예체능 학원(-67%), 외국어 학원(-62%), 입시·보습학원(-42%) 등도 마찬가지였다. 비슷한 이유로 영업 규제를 받은 유흥관련 업종도 매출 급감이 나타났다. 노래방은 전년 대비 50%, 유흥주점은 39%씩 매출이 줄어들었다. 또 실내에서 주로 서비스가 이뤄지는 피부관리(-32%), 미용실(-30%) 매출 역시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집에서 요리하고 술 마시는 '홈쿡' '홈술'이 떴다
외출이 줄어들면서 올해 3월 음식점 매출은 뚜렷하게 감소했다. 한식(–32%), 중식(-30%), 일식(-38%), 양식(-38%)을 가리지 않고 매출 감소세가 나타났다.
반면 정육점의 3월 매출은 26% 늘었다. 농산물 매장도 10% 증가했다. 식재료를 직접 구입해 집에서 요리해 먹는 ‘홈쿡’ 현상이 확산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주점 매출이 감소하는 가운데, 주류전문 판매점의 매출은 오히려 20%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음식뿐만 아니라 술도 집에서 마시는 ‘홈술’ 현상이 늘어난 것이다.
◇온라인 뜨고 오프라인 쇼핑은 집 근처에서
인터넷 쇼핑은 코로나 사태 이후 최대 수혜 산업으로 거론됐다. 실제 올해 1분기 인터넷 쇼핑 이용액은 41% 급증했다. 홈쇼핑 매출도 19% 늘었다. 반면 아울렛 매장(-31%), 가전제품 전문매장(-29%), 백화점(-23%), 대형마트(-17%) 등 대부분 오프라인 쇼핑 매출은 급감했다.
하지만 오프라인 쇼핑이라고 다 매출이 줄어든 건 아니었다. 편의점(+6%)과 슈퍼마켓(+12%) 등 매출은 오히려 늘어났다. 하나금융연구소는 “비교적 집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유통업의 매출은 증가한 것”이라면서 “생필품을 근거리에서 쇼핑하는 현상이 확산된 것”이라 분석했다.
대형마트·백화점 매출이 줄어들긴 했지만, 3월 건당 평균 구매금액은 늘었다. 백화점은 33%, 대형마트는 6% 증가했다. 매장을 한 번 방문하면 대거 사 오는 경향이 강해진 것이다.
◇의외의 수혜…성형·안과 매출 늘고 자전거 매출 급증
분석 결과 의외의 수혜 업종도 나왔다. 코로나 감염 우려 등으로 소아과(-46%), 이비인후과(-42%), 한의원(-27%) 등 대부분의 병의원 3월 매출이 급감했지만,성형외과(+9%)와 안과(+6%) 매출은 오히려 증가한 것이다. 보고서는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성형이나 안과 시술을 받는 경우가 많아진 것"이라고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재택근무 확산으로 집 밖에 못 나가는 김에, 성형·안과 시술을 받는 일이 늘었다는 얘기다.
코로나 사태로 대중교통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이를 대신할 근거리·친환경 이동 수단으로 자전거 매출이 대폭 증가했다. 올해 3월 매출이 전년 동월 대비 69% 증가했다. 한편 국산 신차(-23%)와 중고차(-22%) 구매는 줄어든 가운데, 수입 신차 매출액은 11% 증가했다.
코로나 수혜 업종으로 분류됐으나 의외로 매출 증가세가 나타나지 않은 경우도 있다. 예컨대 비디오·음반(-77%), 서적(-49%) 관련 매출은 전년 대비 급감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집에서 노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매출 증가세가 기대됐던 업종이다. 재택 기간이 늘어나도 취미 생활에 쓰는 소비는 증가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 것이다.
한편 영화관(-84%), 테마파크/놀이공원(-83%), 사우나/찜질방(–59%), 헬스클럽(–54%) 등 오프라인 레저 관련 업종은 대부분 매출이 크게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