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계곡 위로 해가 떠 있다. 황량하기 그지없는 풍경이지만 어쩌면 태양계 밖에서 처음으로 생명체를 찾을 수 있는 곳일지 모른다. 태양계에서 가장 가까운 외계 행성인 프록시마 b의 상상도〈사진〉다.
스위스 제네바대의 프란세스코 페피 교수가 이끈 국제 공동 연구진이 최근 국제학술지 '천문학과 천체물리학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프록시마 b의 질량이 지구의 1.17배라는 사실을 새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2016년 발견된 프록시마 b는 태양에서 4.24광년(光年·1광년은 빛이 1년 가는 거리로, 약 9조4600억㎞) 떨어진 프록시마 켄타우리 별 주위를 돌고 있다. 프록시마 b의 질량은 지금까지 지구 질량의 1.3배로 알려졌다. 프록시마 b의 질량이 지구와 더 흡사하다고 밝혀지면서 외계 생명체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졌다.
프록시마 b는 지구와 태양 사이 거리보다 20배는 더 가깝게 프록시마 켄타우리를 돌고 있다. 지구라면 벌써 불구덩이가 됐을 거리지만 다행히 프록시마 켄타우리는 질량이 태양의 40% 이하인 적색왜성(赤色矮星)이다. 그만큼 에너지가 적어 액체 상태 물이 존재할 만한 환경이라고 과학자들은 추정한다. 대신 별에 가까이 있어 공전 속도가 빨라 1년이 11.2일에 불과하다.
이번 연구진은 칠레에 있는 유럽남방천문대(ESO)에서 에스프레소(ESPRESSO)란 분광기로 빛의 파장을 분석해 프록시마 b의 운동 속도와 질량을 추정했다. 태양 같은 별을 공전하는 행성은 그 위치에 따라 지구에 다가오거나 멀어지는 운동을 한다. 구급차가 다가오면 사이렌 소리가 더 커지듯 행성이 지구로 다가오는 운동을 하면 빛의 파장이 짧아지고 반대로 멀어지면 길어진다.
스페이스X의 민간 유인(有人) 우주비행이 처음으로 성공하면서 인류의 심우주(深宇宙·달 너머의 우주) 진출에 대한 꿈도 커지고 있다. 2년 전 세상을 뜬 세계적인 천체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은 생전 “인류가 멸종을 피하려면 100년 이내 다른 행성으로 이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2016년 러시아의 벤처투자자 유리 밀너와 초소형 우주선 1000대를 20년 걸려 알파 켄타우리로 보내는 계획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알파 켄타우리를 이루는 세 별 중 하나가 알파 C, 바로 프록시마 b가 공전하는 프록시마 켄타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