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샌디에이고에 있는 스타트업(벤처기업)인 블루날루(BlueNalu)는 지난달 시리즈 A 초기 투자에서 2000만달러(245억원)를 기록했다. 이 회사는 최근 친환경 기술로 주목받는 대체육을 개발하고 있다. 기존 업체와 다른 점은 고기가 땅이 아니라 바다에서 온다는 것이다. 블루날루는 세포배양 방식으로 생선을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
지구온난화로 어획량이 갈수록 줄어드는 가운데 생명공학 기술로 만드는 배양 생선이 주목받고 있다. 이미 시장에서 인정을 받은 대체육과 마찬가지로 배양 생선은 물고기를 희생시키지 않고도 다양한 해산물 요리를 즐길 수 있게 해준다. 포화상태에 이른 육류 공급을 해산물로 대체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세포배양·3D 프린터로 만든 생선살
블루날루는 지난해 12월 투자자들을 모아놓고 배양 생선 요리 시식 행사를 가졌다. 음식을 맛본 사람들은 일반 생선과 차이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그도 그럴 것이 배양 생선 역시 물고기의 세포로 만들기 때문이다.
블루날루는 부시리의 근육 조직에서 줄기세포를 채취했다. 이를 효소 단백질로 처리한 다음 각종 영양물질이 들어 있는 배양액에 넣고 키웠다. 세포 수가 늘어나면 원심분리기에 넣고 돌려 세포만 따로 뽑아냈다. 농축 세포는 다시 영양물질이 들어 있는 바이오 잉크와 섞어 3D 프린터에 넣었다. 마지막으로 요리사가 원하는 모양대로 3D 프린터가 생선살을 찍어낸다.
회사는 부시리가 다양한 요리에 활용된다는 점에서 첫 번째 배양 대상으로 뽑았다고 밝혔다. 블루날루는 시식회에서 배양 생선살 튀김과 하와이식 회무침인 포케, 수프에 이어 김치를 곁들인 생선살 조림도 내놓았다.
대체육을 지원하는 민간기구인 굿푸드인스티튜트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20여 기업이 대체육을 개발하고 있다. 대부분 소고기나 닭고기, 양고기에 집중하고 있으며 여섯 업체만 세포배양 방식의 해산물을 다루고 있다. 이 중 절반이 블루날루처럼 캘리포니아주에 있다.
블루날루는 배양 부시리살을 먼저 선보였지만, 개발 품목이 특정 생선에만 국한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반면 핀리스 푸드(Finless Foods)는 참치에 집중하고 있다. 와일드 타입(Wild Type)은 연어를 공략 중이다. 싱가포르의 시옥 미트(Shiok Meat)는 딤섬에 들어가는 배양 새우살을 개발했다. 모두 5년에서 10년 안에 실제 제품을 시장에 내놓겠다고 밝혔다.
◇생태계 보호하고 중금속도 차단
배양 생선은 인류의 새로운 단백질 공급원이 될 수 있다. 인구가 급속히 늘면서 20세기 후반에 동물성 단백질 수요가 5배로 증가했다. 하지만 축산업 생산량은 1980년대 이후 증가세가 꺾였다. 한정된 땅에 가축을 계속 늘리다 보니 초지(草地)의 사막화를 불렀다. 대안으로 어류 단백질이 떠올랐지만, 이 역시 자원이 고갈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참치다. 지난 2015년 세계자연기금(WWF)은 "1970년부터 2012년까지 전 세계 바다에서 참치 개체수가 이전보다 74%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참치의 한 종류인 참다랑어는 거의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고 WWF는 경고했다.
지난 2018년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대 조사에서도 825종의 바닷물고기 중 60%(499종)가 남획과 기후변화로 2050년까지 정상적인 어업이 불가능할 정도로 위기라고 밝혀졌다. 양식이 대안이 될 수 있지만 그마저 사료를 따지면 수익성이 떨어진다. 양식장 어류의 배설물이나 사료 찌꺼기로 인한 부영양화(富營養化)와 적조(赤潮)도 문제다.
배양 생선이 보편화하면 생태계뿐 아니라 소비자에게도 이롭다. 바다가 오염되면서 어류에 중금속이 많이 축적된다. 지름 5㎜ 이하의 미세 플라스틱도 큰 문제다. 루 쿠퍼하우스 블루날루 대표는 "배양 과정에서 오염 물질이 들어가지 않는다"며 "유전자변형생물(GMO)과 달리 다른 생물의 유전자를 넣거나 유전자를 바꾸지도 않아 소비자가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식물성 생선이 먼저 시장 개척
문제는 가격이다. 2017년 핀리스 푸드는 배양한 잉어에 감자를 붙인 시제품을 내놓았다. 다섯 번 정도 씹을 양의 크로켓에 들어간 생선살의 가격이 무려 1000달러였다. 핀리스는 4년 내 식품점에서 100g당 5달러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배양 생선의 가격이 내려가기 전까지 식물성 생선이 시장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기존 대체육도 마찬가지다. 미국 비욘드미트, 임파서블푸드 등의 업체는 식물성 단백질로 고기맛을 내는 기술을 개발해 대체육 시장을 선점했다. 임파서블푸드는 콩에서 추출한 식물성 헤모글로빈으로 고기맛과 핏빛을 구현해 지난해 4월 버거킹에 햄버거용 패티를 납품했다. 굿 캐치 푸드(Good Catch Foods)도 6가지 콩 추출물을 섞어 만든 식물성 참치를 '생선 없는 참치(Fish-Free tuna)'란 브랜드로 출시했다. 오션 허거 푸드(Ocean Hugger Foods)는 토마토와 간장, 설탕 등으로 초밥용 참치살을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