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작년 여름(8월말), 중국 우한에서 처음으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발병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미 하버드 의과대학 연구 결과가 나왔다. 중국 정부가 첫 코로나 확진자가 나왔다고 세계보건기구(WHO)에 보고한 시점보다 4개월이나 앞선 것이다.
8일(현지 시각) 미 CNN 방송,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하버드 의대 연구진은 우한 내 병원 5곳의 주차장을 촬영한 위성사진, 중국 최대 검색사이트 '바이두'의 코로나 증상 관련 검색어 증가량 등을 근거로 이같이 추정했다.
연구진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우한 내 병원 5곳에 주차된 차량을 찍은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주차량이 급격한 증가세를 보였다. 우한 내 최대 병원 중 하나인 티안유 병원 주차장에선 2018년 10월 차량 171대가 주차됐지만, 2019년 10월엔 주차 차량이 285대로 67% 증가했다. 우한대 중난 병원 주차장에선 2018년 10월 하루 평균 506대가 주차됐으나, 2019년 10월엔 일일 평균 640대(26% 증가)가 주차됐다. 우한 통지 의과대학 주차장은 2018년 10월 하루 평균 112대와 비교해 1년 뒤엔 214대(91%)로 늘었다. 이 같은 증가세는 지난해 12월 정점을 찍었다.
연구진은 병원 내 주차 차량 수가 환자 수를 가늠하는 일종의 척도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진을 이끈 존 브라운스타인 교수는 "병원 내 주차 차량이 이전에는 전혀 보이지 않았던 수준으로 증가했다는 것은 의미 있는 데이터"라며 "지난해 가을과 겨울, 우한 내 병원을 찾는 차들이 이전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기록됐다"고 했다. 브라운스타인 교수는 몇년 전 중남미 지역 병원 주차장 혼잡도를 분석해 독감 철에 매우 바빠졌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한 적이 있다.
또, 같은 기간 인터넷 검색어 추이도 연구진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연구진은 중국 최대 검색사이트인 바이두에서 코로나의 대표적 증상인 '감기' '설사' 등의 검색량이 급증한 시기가 우한 병원 내 주차 차량이 늘어난 시점과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우한에서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은 대다수가 설사 증세를 보였다.
연구진은 "이들 근거만으로 코로나가 지난해 8월 발병했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이는 코로나 대유형 훨씬 이전부터 우한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는 걸 의미한다"고 했다. 다만, 국제학술지 네이처 디지털 메디신에 기고한 이번 논문은 현재 동료 평가 과정이 진행 중이다.
이에 대해 중국 정부는 "황당한 주장"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9일 정례 브리핑에서 "아직 관련 연구를 살펴보진 못했으나 차량 통행량으로 이런 결론을 내린다는 것은 매우 황당하다"고 했다.
이어 "(연구팀 주장대로라면) 만약 오늘 중국 외교부에서 어떤 행사를 주최한다고 해도 평소보다 많은 차량이 통행할 것"이라며 "코로나 바이러스 기원과 관련, 중국을 향한 음모론이 너무 많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