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출생아 수가 26만명대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한 해 100만명이 넘는 아이가 태어났던 1970년 이후 50년 만에 연간 출생아 수가 4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드는 것이다. 매년 심각해지고 있는 저출산 현상은 20~30년 뒤 노동력·소비 감소로 이어지면서 경제 활력을 크게 떨어뜨리고, 노인 부양 부담의 증가로 국민연금·건강보험 등 사회보험 재정의 안정성도 흔들릴 것으로 예상된다.
21일 건강보험공단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출산했거나 앞으로 아이를 낳을 것으로 추정되는 임신부(2019년 5월~올해 4월 사이 병원에서 임신 확인)의 수는 32만755명으로 2018년 5월~2019년 4월 사이 임신 사실을 확인한 임신부의 수(35만9992명)에 비해 3만9237명 적었다. 이에 따라 올해 출생아 수가 지난해 출생아 수(30만3054명)보다 임신부 수의 감소폭과 같은 수준으로 줄어든다면 26만4000여 명 수준일 것으로 추정된다.
여성들은 임신 5~6주 정도면 산부인과에서 임신 사실을 확인받을 수 있고, 이후 8개월 반 정도 뒤에 아이를 낳는다. 출생아 수의 추정 편의를 위해 임신 확인 후 8개월 뒤 아이를 낳는 것으로 가정했다.
◇더욱 가속화한 출생아 수 급감
지난해 출생아 수는 2018년 출생아 수(32만6822명)보다 2만3768명 감소했다. 올해 출생아 수가 26만4000여 명 안팎까지 준다면 출생아 수 감소 폭이 이보다 더 커지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처음으로 한 해 출생아 수가 30만명 아래로 떨어지는 것일 뿐 아니라 정부가 예상한 것보다도 출생아 수가 더 많이 줄어드는 것이 된다. 26만4000명은 2019년 장래인구추계에서 통계청이 밝힌 올해 출생아 수 예상치(29만2000명)보다 훨씬 적고, 가장 비관적인 경우를 가정한 저위 추계상 예상치(26만3000명)에 더 가깝다.
이미 지난 1월에 출생아 수는 2만6818명으로 1월 출생아 수로는 처음으로 3만명 아래로 떨어진 바 있다. 1월에는 보통 12개월 가운데 가장 많은 아이가 태어나는데, 1월 출생아 수가 3만명 아래로 떨어지며 저출산이 가속화할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올해는 출생아 수보다 사망자 수가 더 많아 인구 자연 감소가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16년 뒤엔 2명이 고령자 1명 부양해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970년에는 한 해 100만7000여 명, 1971년에는 102만5000여 명이 태어났다. 하지만 50년 후인 올해엔 출생아 수가 26만명대로 급감하는 것이다. 2002~2016년에는 한 해 출생아 수가 40만명대에서 유지됐는데, 2017년 한 해 출생아 수가 30만명대로 추락한 후 3년 만인 2020년에 한 해 출생아 수가 20만명대로 떨어지게 됐다.
국내외 학자들은 최근 극단적인 저출산 현상으로 사회보험 재정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현재의 40~50대가 은퇴를 하면서 국민연금을 받아야 할 사람의 규모는 늘어나는데, 저출산으로 국민연금 보험료를 낼 생산연령인구(15~64세) 규모는 계속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생산연령인구(15~64세) 비율은 2017년 73.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었지만 저출산으로 인해 2065년(45.9%)에는 가장 낮아질 전망이다. 반대로 만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은 2017년 13.8%로 OECD 국가 중에서 하위권이었지만, 2065년에는 46.1%로 가장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생산연령인구 감소, 고령 인구 증가로 생산연령인구 100명이 부양해야 할 고령 인구의 수인 '노년부양비'는 2017년 18.8명에서 2036년에는 50명을 넘고, 2067년에는 102.4명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생산연령인구 1명이 고령자 1명을 먹여 살려야 하는 셈이다.
근로자와 소비자가 줄어드는 것 역시 30년 후 우리 경제에 큰 타격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이삼식 한양대 교수는 "청년 근로자가 줄어드는 만큼 고령 근로자의 수가 늘어나기는 하겠지만 첨단 산업 분야를 이끌어줄 젊은 근로자의 수가 줄어드는 것은 '노동력의 질'이라는 차원에서 우리 경제에 타격이 될 것"이라며 "적극적으로 소비를 하는 젊은 근로자들이 줄어드는 것 역시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