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산업유산정보센터의 가토 고코 센터장이 지난 14일 센터에서 도쿄 특파원 공동취재단에게 센터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

한국인 강제 노역으로 악명 높은 군함도(원명 하시마·端島) 탄광의 진실을 왜곡한 일본 산업유산정보센터는 아베 신조 총리와 2 대(代)에 걸쳐 인연이 있는 측근이 기획한 후, 운영을 맡고 있는 것으로 21일 드러났다. 이에 따라 산업유산정보센터의 왜곡된 전시물 결정에 다른 성청(省廳)이 관여하지 못해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위반한 전시가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본은 2015년 유네스코에 군함도의 유네스코 등재 당시 '본인의 의사에 반(反)하는 한국인 강제 노역'을 인정하며 희생자를 기리는 정보 센터 설립을 약속했으나 최근 과거를 미화하는 내용만 전시해 논란이 됐다.

아베 총리 관저 사정에 밝은 일본 측 소식통은 "아베 총리의 최측근으로 '포스트 아베'로도 거론되는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후생노동상의 처형(妻兄)인 가토 고코(加藤康子)가 산업유산정보센터의 개관 준비를 총괄한 후 센터장을 맡았다"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그녀의 아버지는 아베 총리의 아버지인 아베 신타로(安倍晋太郞) 전 외무상과 절친했던 가토 무쓰키(加藤六月) 전 농림수산대신으로 지금도 가족 간에 왕래할 정도로 친한 사이"라고 했다. 가토 무쓰키는 1980년대 아베 신타로가 총리 후보로 거론될 당시 아베파 '사천왕(四天王)' 중의 한 명으로 불렸다. 다른 소식통은 "아베 총리 어머니와 가토 센터장의 어머니가 자매로 불릴 정도로 친한데 아베 총리가 가토 센터장을 여동생으로 여긴다는 얘기도 있다"고 했다.

가토 센터장은 게이오대 졸업 후부터 일본 메이지 시대의 산업유산에 관심을 갖고 활동해왔다. 2013년에는 재단법인 산업유산 국민회의를 만들어 전무이사로 취임했는데 여기에는 자신의 아버지는 물론 아베 총리와 관련된 인맥이 대거 참여했다. 2015년엔 아베 총리로부터 '내각관방참여(參與)'로 임명돼 산업유산정보센터 개관 준비 업무를 총괄해오다가 센터장을 맡았다.

그는 지난 14일 도쿄 특파원 공동취재단에 "(일제 시대) 당시 조선인과 일본인은 모두 같은 일본인이라서 차별이 없었다"는 증언 영상을 소개했다. 일본 정부가 유네스코에서 했던 국제 약속과는 다르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앞으로 1년에 걸쳐 전시의 내용을 더욱 충실하게 할 예정"이라고만 밝혔을 뿐 시정 약속을 하지 않았다.

일본 정부 내에서는 "일본이 유네스코에서 국제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비판이 한국을 중심으로 제기된 데 대해 곤혹스러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아베 총리 집안과 2대에 걸쳐서 친밀한 관계인 가토 고코 센터장이 사실상 전권을 갖고 있어 앞으로도 전시 내용이 시정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