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1000만명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이런 상항에서 코로나 환자를 치료하는 데 필요한 의료용 산소가 부족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산소 부족을 우려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24일(현지 시각) “많은 나라에서 산소 발생기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최근 들어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고 있다”고 말했다.

17일(현지 시각) 도미니카 공화국의 수도 산토도밍고에서 한 의료진이 의료용 액체 산소가 담긴 산소통을 옮기고 있다.

코로나 치료에 산소가 필요한 것은 치료 시간을 벌기 위해서다. 코로나 환자는 혈중 산소 농도가 급격히 떨어지는 저산소증을 겪기 때문에 100% 순수 산소를 강제 흡입해야 치료 시간을 벌 수 있다. 대기 중 산소 농도는 약 21%에 불과하다. WHO는 전 세계에서 코로나 치료를 위해 하루 62만㎥의 산소가 필요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의료용 산소는 영하 186도의 낮은 온도에서 액체로 압축돼 보관, 운반된다. 공기가 사실상 한계가 없는 자원이라 해도 산소 생산 기술이 없으면 산소가 부족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미 아프리카와 남미, 아시아 등지의 국가에서는 산소 부족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고 AP통신 등은 전했다.

11일(현지 시각) 페루 수도 리마에서 사람들이 산소통을 들고 산소를 구입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이런 국가들에서는 병원에 가도 산소가 없다. 미국 국제개발처에 따르면 전체 의료 시설 중 산소가 있는 의료시설의 비중은 방글라데시에서 7%, 탄자니아에서 8%, 콩고에서 2%에 불과하다. 입원한 코로나 환자도 제때 치료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페루에서는 의사가 보호자 가족들을 불러 “병원에 산소가 없으니 가족들이 산소를 구해와 달라”고 한다고 한다. 코로나 환자를 둔 가족들은 환자를 살리기 위해 매일 산소통을 들고 긴 줄을 서서 산소를 사다 병원으로 날라야 한다.

페루에서는 산소 생산 시설이 없어 하루 필요로 하는 산소 173톤 중 20%밖에 생산하지 못한다. 산소 부족을 해결하고자 마르틴 비스카라 페루 대통령은 긴급 조치를 선포해 산소 생산 시설과 산소 수입에 2800만달러(약 340억원)를 투입하기로 했다. WHO는 앞으로 일주일 내로 120개국에 산소 생산기 1만4000대를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6개월 동안 17만대를 추가로 공급할 예정이다.

12일(현지 시각) 페루 수도 리마에서 산소를 구입하러 온 여성이 가게에 들어서기 전 소독 절차를 거치고 있다.

코로나 발병 초기에 전 세계가 마스크와 인공호흡기 부족을 겪은 것처럼 곧 의료용 산소 부족 사태를 겪을 것이란 경고가 나온다. 특히 최근 들어 코로나 확진자 수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최근 코로나 바이러스가 다시 확산하며 일부 주에서는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최대치를 기록했다. 유럽 국가와 중국에서도 2차 유행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AP 통신은 “숨 쉴 권리조차 돈에 좌우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