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코로나 사태로 타격을 입은 영세 자영업자들의 세금 부담을 낮춰주기 위해 부가가치세 간이과세 대상 사업자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8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이달 말 발표될 세법개정안에 현행 연 매출 4800만원 미만인 개인사업자에게 적용되는 간이과세 대상을 늘리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부가세 간이과세 제도는 영세·소규모 개인사업자의 납세 편의를 위한 제도다. 구체적으로 연 매출액 4800만원 미만인 개인사업자는 거래를 할 때 세금계산서를 끊어주지 않아도 된다. 또 업종별로 매출의 일부(5~30%)에 대해서만 부가세를 걷어 세금 부담을 덜어주는 제도다. 간이과세 대상자 중 연 매출 3000만원 미만인 경우엔 아예 부가세를 걷지 않는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간이과세자는 156만3000명으로 전체 부가세 신고 인원 647만8000명의 24.1%가량을 차지했다. 부가세 납부가 면제되는 사업자는 123만9000명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물가가 계속 오르는데 간이과세자 기준은 2000년 이후 그대로라며 기준을 올려 달라고 요구해왔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이 다수 제출됐지만 통과되지 않았고, 이번 21대 국회에서도 간이과세 기준액을 6000만~2억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내용의 부가가치세법 개정안이 10여 건 발의됐다. 기재부는 그간 탈세 및 세수 감소 등을 우려해 간이과세자 확대에 반대해왔지만, 최근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입장을 바꿨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지난달 3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해 부가가치세 간이과세 기준 관련 질문에 "세제 개편안에 포함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부가세 간이과세 연 매출액 기준을 현행 4800만원에서 6000만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가운데, 8000만원 안도 같이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기재부는 아울러 부가세 납부 의무 면제 기준 역시 현행 3000만원에서 4800만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정부는 간이과세 적용 기준 등을 상향하면서 탈세 우려를 막기 위한 '투명성 강화 장치'도 함께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간이과세자는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탈세 유인을 제공할 우려가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5월 보고서에서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전자세금계산서를 받는 간이과세자에게 세액공제 등 인센티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면서 "부가세법 위반 및 탈세 전력이 있는 경우는 간이과세 제도의 적용을 배제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부가세 간이과세 제도
연 매출액 4800만원 미만인 개인사업자에게 세금계산서 발급 의무를 면제하고, 세금 부담을 덜어주는 제도. 보통 부가세는 매출세액(매출액×10%)에서 매입세액(매입액×10%)을 빼서 계산하는 반면, 간이과세는 매출액에 업종별 부가가치율(5~30%)을 곱한 뒤 다시 10%의 세율을 곱해 계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