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약 하나로 운동 효과를 내 치매를 막을 날이 멀지 않았다.
미국 UC샌프란시스코의 사울 빌레다 교수 연구진은 9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운동을 한 쥐의 혈액이 거의 움직이지 않는 생쥐의 뇌를 되살리는 효과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만약 뇌를 회춘(回春)시킨 혈액 성분을 찾아내 약으로 개발하면 노화나 사고. 질병으로 거동이 불편한 사람이 운동을 통해 뇌가 건강해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연구진은 기대했다.
◇운동으로 젊은피 수혈 효과
앞서 여러 과학자가 젊은 쥐의 피를 나이 든 쥐에게 수혈해 털이 다시 자라고 뇌의 인지능력이 향상됐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동시에 운동을 꾸준히 하면 나이가 들어도 치매에 걸릴 위험이 줄어든다는 연구결과도 많이 나왔다. 연구진은 두 연구를 합쳐 젊지 않아도 운동한 사람의 혈액이라면 실험동물에서처럼 뇌를 회춘시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연구진은 나이 든 생쥐들이 가득 들어 있는 우리에 쳇바퀴를 집어넣었다. 그러자 거의 움직이지 않던 쥐들도 밤에 쳇바퀴에서 수 ㎞씩 달렸다. 6주간 쳇바퀴를 돌린 생쥐의 혈액을 뽑아 쳇바퀴 없는 우리에 있던 나이 든 쥐에게 주입했다.
3주간 8번 수혈받은 쥐는 나중에 미로(迷路) 탈출과 같은 학습과 기억 시험에서 운동한 쥐와 같은 능력을 보였다. 운동을 하지 않은 쥐의 피를 주입하면 그런 효과가 나오지 않았다.
연구진은 운동한 쥐의 피를 주입하면 뇌에서 기억과 학습을 담당하는 해마 영역에서 신경세포가 두 배나 많이 자랐다고 밝혔다. 뇌가 확실하게 운동 효과를 본 것이다.
◇간 단백질이 뇌 감염, 혈전 막는다고 추정
과연 운동을 많이 한 쥐의 혈액에서 어떤 성분이 뇌를 회춘시킨 것일까. 연구진은 쥐의 간에서 만들어지는 ‘Gpld1’이란 단백질을 지목했다. 이 단백질을 역시 꼼짝도 하지 않은 나이 든 쥐에 주입하자 3주 뒤 인지능력이 향상되고 신경세포가 증식하는 효과가 나타났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정기적으로 운동을 하는 노인들의 혈액에서도 이 단백질 수치가 높았다.
다만 뇌에서는 이 단백질이 발견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혈관과 뇌 사이를 가로막은 장벽에 막혀 이 단백질이 뇌로 들어가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대신 다른 단백질을 조각내 뇌로 들어가도록 돕는다고 추정했다. 뇌에 들어간 작은 단백질이 감염과 혈전을 막아 치매를 방지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Gpld1 단백질의 기능을 모방하는 약물을 개발하면 운동을 하기 어려운 노인들이 치매 방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기대했다.
프린스턴대의 콜린 머피 교수는 “늘 운동을 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누구나 운동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며 “운동을 못하는 사람에게 알약을 줘 같은 효과를 거둔다면 엄청난 일이 될 것”이라고 사이언스 인터뷰에서 밝혔다. 오클라호마대의 윌러드 프리먼 교수는 이날 사이언스에 실린 논평논문에서 “젊은 층도 사고나 질병으로 움직이지 못할 때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