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일성은 1962년 인민들이 ‘이밥(쌀밥)’과 ‘고깃국’을 먹게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북한은 1990년대 수십만~수백만 명이 아사한 '고난의 행군'을 겪었다.
이후 사라진 '쌀밥에 고깃국' 표현은 2010년 1월 다시 등장했다. 아들 김정일이 "흰 쌀밥에 고깃국을 먹여야 한다는 수령님 유훈을 관철하지 못하고 있다"며 "인민들이 강냉이밥을 먹는 것이 제일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는 내용이 노동신문에 실린 것. 하지만 김정일은 아버지와 달리 ‘고깃국 약속’까진 하지 못했다.
김일성 발언 57년 뒤 손자 김정은도 ‘고깃국’ 이야기를 꺼냈다. 2019년 3월 평양에서 열린 제2차 전국 당 초급선전일꾼대회에 보낸 서한에서 “전체 인민이 흰쌀밥에 고깃국을 먹으며 비단옷을 입고 좋은 집에서 살게 하려는 것은 수령님(김일성)과 장군님(김정일)의 평생 염원”이라고 했다.
김정은이 ‘북한의 영원한 경제 목표’로 불리는 '흰쌀밥에 고깃국' 표현을 꺼낸 건 이때가 집권 이후 처음이었다. 그가 60시간 동안 기차를 타고 중국을 종단해 베트남까지 갈 정도로 잔뜩 기대했던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이 ‘노 딜’로 끝난 지 한 달만이었다. 하노이 노딜이 ‘제2의 고난의 행군’으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엿보였다.
이로부터 1년여가 흐른 지금 북한의 상황은 어떨까?
유엔은 13일(현지 시각) “현재 북한 주민 절반 가까이인 47.6%(12200 만명)가 지속적인 영양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며 “아이티(48.2%)에 이어 세계에서 국민의 영양 부족이 최악인 나라 2위”라고 발표했다.
식량농업기구(FAO), 세계식량계획(WFP), 국제농업개발기금(IFAD), 유엔아동기금(UNICEF), 세계보건기구(WHO) 등 유엔 산하 5개 국제기구는 이날 연례보고서 '세계 식량안보와 영양상태'를 공개했다. 보고서는 2016~2019년 북한 주민 약 1220만명이 만성적인 영양 부족에 시달린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북한 전체 인구의 약 47.6%다. 전 국민의 48.2%(530만명)가 영양 부족에 노출된 아이티에 이어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북한 주민의 영양 상황은 갈수록 악화하는 추세다. 2015~2017년을 대상으로 한 지난해 조사(43.4%)보다 영양 부족 인구가 4.2%포인트 증가했다. 15~49세 북한 가임기 여성의 빈혈 유병률은 2012년 30%에서 32.5%로 올라갔다. 다만 북한 어린이의 영양 공급은 다소 개선됐다. 지난해 5세 미만 어린이의 발육 부진 비율은 19%로, 2012년 28%에서 9%포인트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