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사업청이 성능 미달로 양산 절차의 문턱을 넘지 못한 K2 전차 파워팩(엔진과 변속기를 결합한 장치) 국산화 사업과 관련, 기술 기준 완화 요구를 거부한 국방기술품질원 직원 7명에 대해 무더기 징계를 요구한 것으로 14일 나타났다. S&T중공업이 파워팩 변속기를 16년째 개발하지 못하자 방위사업청이 기술 요구 수준을 낮추는 안을 마련하고 이에 대한 의견을 요청했는데 기품원이 성의없이 대답했고, 수출에도 방해되는 행위를 했다는 취지다. 이를 두고 군 안팎에선 "특정 업체 밀어주기"라는 얘기가 나왔다. S&T 그룹은 최평규 회장이 문재인 대통령과 경남고·경희대 동문이라 업계에서 '친문 기업'으로 통한다.
방위사업청이 미래통합당 신원식 의원실에 보고한 'K-2 전차 국산 변속기 관련 조사 결과'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지난 4월 국산 변속기 사업에 대한 기품원 감사를 진행했다. 군은 K2 전차의 '심장'인 파워팩의 국산화를 위해 2005년부터 업체를 정해 개발해왔다. 파워팩 엔진은 두산인프라코어, 변속기는 S&T중공업이 개발하기로 했는데 두 업체 모두 개발에 어려움을 겪었다. 지지부진하던 개발은 두산인프라코어가 엔진 개발에 성공하면서 숨통을 텄다. 하지만 S&T중공업이 담당한 변속기 개발은 늦어졌다. 수 차례 성능 이상이 발생해 성능 실험이 중단됐다.
그러자 방위사업청은 기준 자체를 변경하려고 했다. 이전에는 '내구성 시험을 했을 때 결함이 없어야 한다'고 한 것을 '결함은 변속기 기본 기능에 영향을 주거나 심각한 성능 저하가 발생한 경우를 말한다'고 바꾼 것이다. 방사청은 기품원에 기술 검토를 요청했는데 기품원이 별다른 설명·의견 없이 '수용 불가' 입장만 밝힌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기술 검토 기관인 기품원이 소극적 행정을 했고, 방위사업청의 정책 기조와 어긋난 항명성 태도를 취했다는 취지다. 이를 이유로 방위사업청은 센터장급 등 기품원 직원 3명에 대해 '경고', 관련 부서 전체에 '주의' 처분을 요구했다. 방위사업청은 "업체가 해외 수출까지 검토하고 있는 상황에서 타당한 방안을 검토해 보고자 정책 방향을 결정했는데 기품원이 그 자체를 거부한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했다.
방사청은 기품원의 S&T 관련 '수출형 변속기 성능시험 지원' 업무가 부적절했다고 봤다. S&T의 수출용 변속기 관련 성능 실험을 지원한 기품원은 두 차례 이상 현상이 발생하자 성능 실험을 중단했다. 이를 두고 '소극적 행정'을 했다며 방위사업청은 관련 본부장에 대해서는 징계를, 직원 3명은 경고를 요구 처분으로 내렸다. 기품원이 지나치게 보수적인 기준으로 S&T중공업의 변속기 시험을 진행해 수출을 방해했다는 취지다.
문제는 이와 같은 감사와 기술 기준 변경이 이례적이라는 점이다. 정부 관계자는 "변속기를 16년째 제대로 개발하지 못한 것은 S&T중공업"이라며 "그런데 방위사업청이 이제 와서 적극적으로 기술 기준을 완화하고 특정 업체를 밀어주는 듯한 인상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S&T 그룹이 대표적 '친문 기업'으로 거론되는 점이 석연찮다는 얘기도 나왔다. S&T 그룹 회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고등학교·대학교 동문이다. 신원식 의원은 "16년 동안 제대로 개발을 못 해온 업체에 책임을 묻지 않고, 오히려 기술을 완화해주고 이에 대한 평가를 주관하는 조직 직원들을 무더기로 처벌하는 것은 누가 봐도 특혜가 의심스럽다"며 "현 정부와 가까운 기업을 밀어주고 있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