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남부 구이저우(貴州)성 두산(獨山)현은 인구 36만명 소도시다. 1인당 GDP(국내총생산)가 3만6339위안(약 620만원)으로 중국에서도 가난한 축에 든다. 그런 도시가 최근 중국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다. 빈곤에서 벗어나겠다며 1년 현(縣) 예산의 40배인 400억위안(약 6조8000억원)짜리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빚더미에 올라앉았기 때문이다.
12일 중국 소셜미디어에는 '두산현은 어떻게 400억위안을 불살랐나'라는 제목의 22분짜리 동영상이 올라왔다. 지금까지 시청 횟수 3000만 회를 기록했고, 중국 관영 매체들이 관련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두산현은 차(茶) 재배와 양잠이 주 소득원이었다. 하지만 2010년 당시 46세로 현 당(黨)서기로 부임한 판즈리(潘志立)는 도시를 '대학 도시' '관광 도시'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두산현은 2013년 세계 유명 대학 유치를 위해 20억위안(약 3450억원)을 들여 '두산현 대학 도시'를 만들었다. 그러나 직업학교 2곳을 유치하는 데 그쳤다. 2016년부터는 '관광 특색 도시'를 만들겠다고 나섰다. 기네스 기록을 노리고 만든 높이 99.9m 목제 호텔 '수이쓰러우(水司樓)'에만 2억위안(약 340억원)이 들어갔다. 재원은 대부분 지방채를 찍어 충당했다.
그러나 투자는 끊겼고, 현 정부는 지방채 이자를 갚지 못했다. 영상 속 수이쓰러우 호텔도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현은 빚더미에 올랐고, 판즈리는 부패 혐의 등으로 기소돼 재판받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두산현은 14일 "(이전 지도부의) 맹목적인 빚내기, 정치적 공적을 쌓으려는 무분별한 이미지 프로젝트, 부실 공사 등에 대해 규정에 따라 처리하고 있다"는 성명을 냈다.
중국은 내년 중국 공산당 창립 100주년을 앞두고 올해까지 샤오캉 사회(의식주 걱정 없이 풍족한 사회)를 달성하겠다고 밝혀왔다. 두산현 사례가 주목받은 것은 지방 정부들이 탈(脫)빈곤을 앞세워 무리하게 지방채를 발행하며 개발 사업에 몰두하고 있어서다.
코로나로 경제가 타격을 입자 중국 정부는 지방채 발행 한도를 높여주고 있다. 지방 정부들도 기업 유치 대신 금융에 의존해 단기적 발전만 추구하려 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두산현도 빚을 내 개발에 나섰던 2017년 16.5%, 2018년 12.5%씩 고성장했다. 중국 지방 정부가 지불한 이자 비용은 2018년 3241억위안(약 55조7000억원)으로 5년 사이 3배로 증가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소셜미디어 계정은 15일 "빚에 의존한 발전이 일부 지방정부의 단골 메뉴가 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