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왼쪽)과 추미애.

“일개 장관이 헌법상 국민의 알 권리를 포샵질을 하고 앉아있어. 국민의 알 권리가 나중에 알아도 될 권리야? 로또도 나중에 알고 먼저 아는 게 차이가 얼마나 큰 건데. 당연히 알 권리에 핵심은 언제 아느냐야. 국민은 나중에 알아도 된다는 뜻은, 우리만 먼저 알겠다는 뜻이라고.”

MBC 보도와 함께 이른바 ‘검언(檢言)유착’ 사건에 휘말린 한동훈 검사장이 사석(私席)에서 추미애 법무장관에 대해 이런 발언을 한 사실이 21일 알려졌다.

당시엔 외부로 공개될 것이라 상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내뱉은 한 검사장의 여러 소신 발언이, 21일 온라인에서 ‘한동훈 사이다 발언’ 등의 이름으로 회자되며 관심을 끌었다.

이 대화는 한 검사장과 채널A 이동재 전 기자가 올해 2월13일 부산고검에서 만나 주고받은 대화였다.

그날은 추 장관이 ‘수사 검사와 기소 검사를 분리하는 방안을 협의하라’고 요구하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수사·기소 검사를 분리할 경우 권력형 부패 범죄에 대응하는 데 심각한 장애를 가져올 것”이라며 거부한 바로 다음날이었다.

당시 이 전 기자 측이 대화를 녹취했는데, MBC가 이달 20일 이 대화의 한 토막을 이른바 ‘검언(檢言) 유착’ 관점에서 발췌 보도하자 이 전 기자 측이 녹취록 전문을 공개했다. 이 전 기자는 이례적으로 ‘강요미수 혐의’에 따라 구속수감된 상태다.

대화에서 이 전 기자가 “수사 기소 검사 분리 이건 진짜, 어떻게 그런 생각을 끄집어내는지…”라고 말을 꺼냈다.

그러자 한 검사장은 “딱 하나야. 무조건 수사를 막겠다 권력 수사를 막겠다 그런 일념밖에 없어서 그렇지. 그리고 문제는 공부 좀 하고 하라고 그래. 매번 틀리고 지금까지 맞는 말을 한 적이 한 번도 없잖아”라고 답했다.

이 전 기자 측이 “법무부 법무관들이 엄청 고생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거(검사 분리 관련) 자료 찾는다고” “(장관이 일단) 질러놓고 미국 것 찾아라. 일본 것 찾아라…”라며 맞장구를 쳤다.

그러자 한 검사장은 “거기다가 미국에게 얘기할거야? 명을 거역했다고?”라고 했다. ‘명을 거역하다’는 추 장관이 검찰과 충돌 과정에서 사용해 논란이 됐던 발언이다.

이어 한 검사장은 “아니, 일개 장관이 헌법상 국민의 알 권리를 포샵질을 하고 앉아있어. 국민의 알 권리가 나중에 알아도 될 권리야? 로또도 나중에 알고 먼저 아는 게 차이가 얼마나 큰 건데. 당연히 알 권리에 핵심은 언제 아느냐야. 국민은 나중에 알아도 된다는 뜻은, 우리만 먼저 알겠다는 뜻이라고”라고 말했다.

한 검사장은 또 “이럴 때 잘하라고 검사들이 신분 보장 받는 거예요. 징징거리지 말라 그래” “맨날 뒤에다가 검사들한테 ‘어쩔 수 없다’…. 어쩔 수 없긴 △△△△(욕설)들 뭐가 어쩔 수 없어. 신분 보장 받고 있어서 평생 영감 소리 받고 사는 거 아니에요?” “ 나쁜 놈을 잡아야지. 그렇게 하라고 월급 받는거 아니야” 등의 말도 했다.

소위 ‘검언유착’ 보도의 핵심이었던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문제에 대해, 정작 한 검사장은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 대목도 있었다.

이 전 기자가 “사실 신라젠도 서민 다중 피해도 중요하지만 결국 유시민 꼴 보기 싫으니까. 많은 기자들도 유시민 언제 저기 될까. 그 생각을 많이 하는 거잖아요”라고 하자 한 검사장은 “유시민 씨가 어디서 뭘 했는지 나는 전혀 모르니. 그런 정치인이라든가… 그 사람 정치인도 아닌데 뭐 정치인 수사도 아니고 뭐…”라고 답한 뒤 더는 유 이사장을 언급하지 않았다.

녹취록이 공개되자 인터넷 커뮤니티와 트위터 등에는 “한동훈의 사이다 발언” “한동훈이 윤석열보다 인기가 더 좋아지겠다” 등 지지 글이 잇달아 올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