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힘찬, 안생글, 양해솔, 신이랑….

서울 용산 국립한글박물관 2층 출입구에 독특한 설치물이 들어섰다. 순우리말 한글 이름이 예쁜 서체로 적힌 미니 전시장이다. 박물관은 "지난 5월 제623돌 세종대왕 탄신일을 맞아 온라인에서 진행한 '순우리말 한글 이름 찾기' 행사 결과 선정된 이름 40개를 올해 연말까지 전시한다"고 했다. 댓글로 접수된 700여 이름 중 엄선한 이름을 작명 의미, 사전적 의미와 함께 적어 소개했다〈사진〉.

공모가 나가자마자 반응이 뜨거웠다. "손다사로이입니다. 따사로운 사람이 되라고 삼촌이 지어주신 이름입니다" "우리 딸 이름은 송도담이에요. 어린아이가 탈 없이 잘 놀며 자라는 모양을 뜻하는 순우리말 도담처럼 건강하게 잘 자라라는 뜻으로 지었어요" "제 이름은 유하늬입니다. 하늬바람은 서쪽에서 부는 바람의 순우리말인데 하늬바람이 불어오면 날씨가 맑고 상쾌해진다고 해요. 저도 늘 다른 이에게 기분 좋은 사람이 되라고 아버지가 지어주셨어요."

작명 이유를 읽다 보면 흐뭇해진다. 우리말 단어의 고운 뜻이 아이 인생에 함께하길 바라는 어른의 마음이 담겼다. 연힘찬(힘이 넘치는 건강한 아이), 안생글(웃으며 사는 아이), 양해솔(해처럼 밝고, 소나무처럼 푸르게 사는 아이), 신이랑(밭의 이랑처럼 같이의 가치를 더하는 삶을 알고 그 가치와 함께 살아가는 아이). 단어를 결합해 완성되는 자매나 남매의 이름도 있다. 신슬기·신로운 남매는 슬기로운 삶을 살라는 뜻, 이우리·이나라 자매는 사람과 더불어 사는 언니 '우리'와 이 나라의 최고 으뜸이 되는 동생 '나라'가 어우러져 사이좋게 지내라는 의미가 담겼다.

흔히 쓰지 않는 말이나 옛말도 볼 수 있다. 박혜윰은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는 아이란 뜻인데 혜윰은 '생각하다'라는 뜻의 옛말 '혜다'의 명사형이다. 김벼리는 모든 일의 중심, 뼈대가 돼 으뜸이 되는 아이란 뜻. 벼리란 일이나 글의 뼈대가 되는 줄거리를 뜻한다. 손윤슬(맑고 반짝이는 물결같이 아름다운 아이)의 윤슬은 햇빛이나 달빛에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이란 뜻이다. 디자인 작업을 한 최석환 913스튜디오 실장은 "이름에서 느껴지는 이미지를 최대한 전달하기 위해 서체도 이름별로 다양하게 꾸몄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