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 성 착취 영상물이 인터넷에서 불법 유통된 'n번방 사건' 재발을 막겠다면서 만들어진 'n번방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및 정보통신망법)'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n번방 방지법의 골자는 인터넷 업체에 불법 음란물을 삭제하고, 접속을 차단할 의무를 지우는 것입니다. 지난 5월 국회에서 법이 통과됐고, 22일 방송통신위원회가 시행령 개정안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시행령 개정안을 본 인터넷 업계에서는 여전히 "도무지 뭘 어떻게 하라는 건지 모르겠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습니다.
시행령 개정안은 법이 적용되는 기업을 '국내외 연 매출 10억원 이상이거나, 하루 평균 이용자가 10만명 이상 또는 방심위로부터 2년 내 불법촬영물 등 시정 요구를 받은 업체'로 명시했습니다. 네이버·카카오 등 모든 웹하드 업체가 적용 범위입니다. 이들은 불법 촬영물 '유통 방지 책임자'를 지정하고, 서비스를 검열해 문제를 발견하면 바로 신고해야 하는 의무가 생겼습니다. 이를 어기면 연평균 매출의 최대 3%를 과징금으로 물어야 합니다.
업계에서는 우선 인터넷 사업자가 불법 촬영물 검열에 나서야 하는 서비스 범위가 모호하다고 지적합니다. 시행령 개정안은 단속 대상을 '웹하드와 이용자가 공개된 정보를 게재, 공유하는 서비스'라고 지정했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나 카페·블로그처럼 사진과 영상을 올릴 수 있는 곳을 뜻합니다.
하지만 카카오톡이나 텔레그램의 '단체방'의 경우 불특정 다수가 모여 정보를 공유하지만, 메신저 형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일부 단체방은 입장할 때 비밀번호가 필요해 폐쇄적으로 운영됩니다. 업계에서는 "비밀 단체방까지 검열하라는 뜻으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며 "프라이버시 침해 논란이 커질 것"이라고 말합니다.
국내외 사업자에 대한 역차별 문제도 여전합니다. 방통위는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사업자뿐 아닌 페이스북·구글 등 해외 사업자에도 똑같이 법을 적용하겠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인터넷업계 고위 인사는 "정작 n번방이 문제가 된 텔레그램은 본사 소재지도 불분명해 법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처벌할 수도 없다"고 합니다. 'n번방 방지법'이 정작 제2의 n번방을 막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