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에 투자하는 확실한 목표가 있습니다. 우리만 만들 수 있는 제품을 보유하는 것입니다."

지난 16일 서울 종로 본사에서 만난 이석준(66) 삼영화학 회장이 국내에서 처음 개발·생산에 성공한 친환경 포장랩(퓨어랩)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이 회장은 전 재산의 97%가 넘는 1조원 이상을 교육 사업 등에 기부해 '기부왕'으로 불리는 이종환(97) 관정이종환교육재단 설립자의 장남이다. 삼영화학은 1973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포장용 필름을 생산한 회사다.

이석준 삼영화학 회장이 국내 최초로 개발한 친환경 PO(폴리올레핀)랩을 들어 보이고 있다.

삼영화학이 개발해 작년 말 시장에 내놓은 친환경 포장랩은 기존 포장랩에 쓰이던 PVC(폴리염화비닐)가 아닌 PO(폴리올레핀)를 사용했다. PVC랩은 기능만 놓고 보면 흠잡을 데가 없어 지금까지 대형 마트나 음식점 등에서 포장용으로 널리 사용돼 왔다. 하지만 친환경이 대세가 되면서 지난해 12월 25일부터 재활용 의무생산자들은 축·수산용 포장랩, 의약품 등 일부 제품의 포장재를 제외하고는 PVC재질 포장재를 사용할 수 없게 됐다. 이 회장은 "그 자리를 친환경 랩이 대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포장용 랩 시장은 자동차 시장이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가는 과정과 비슷하다"며 "PVC랩이 싸고 편리하지만 친환경 추세는 거스를 수 없다고 보고 지난 3년 동안 PO랩 개발에 과감히 투자했다"고 강조했다. 삼영화학이 개발한 PO랩은 소각해도 유해 물질이 발생하지 않고, 전자레인지에 넣어 사용해도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삼영화학에 앞서 PO랩을 개발한 회사는 전 세계에서 일본의 미쓰비시케미컬 정도뿐이다.

삼영화학은 PO랩뿐 아니라 전자제품의 핵심 소재로 꼽히는 '초박막 커패시터 필름'을 국내 최초로 개발해 유일하게 생산하고 있다. 이 기술을 토대로 전기차용 극초박막 커패시터(CAP) 필름을 개발하고 있다. 삼영화학은 친환경 포장랩과 전기차용 극초박막 커패시터 필름을 앞세워 중소벤처기업부의 '2020년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강소 기업 100'에 지원했다. 최근 1차 서면 평가를 통과해 2차 현장 평가 대상 기업으로 선정됐다. 이 회장은 "삼영화학을 소부장 강소 기업으로 변신시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