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24일 오전 MBC 라디오에 출연한 모습.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검찰로부터 “노무현재단 계좌를 조회해보지 않았다”는 답변을 받고도, 지난 24일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의혹 관련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열리던 당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검찰이 답을 안 한다. 검찰이 노무현재단 계좌를 봤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유시민의 피해망상”이라고 했다.

◇유시민 “한동훈이 노무현재단 계좌 봤을 가능성”

유 이사장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작년 11월 말 12월 초순쯤. 그 당시 한동훈 검사가 있던 (대검) 반부패강력부 쪽에서 (노무현재단 계좌를) 봤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며 “저희 주거래 은행에서는 아무 것도 말을 못해준다고 그런다. 6개월이 지났는데도 계속 말을 못해준다고 한다”고 했다.

유 이사장은 근래 “검찰이 노무현재단 계좌를 조회했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관련 법규에 따라 검·경 등 국가 기관이 개인 또는 단체의 계좌를 수사 등의 이유로 조회했을 경우 금융기관은 이들 국가 기관에 금융정보를 넘겨줬다는 사실을 열흘 이내에 당사자에게 통보해야 한다. 다만 예외적 경우에 한해 최장 6개월까지 당사자에게 통보 유예가 가능하다.

◇유시민 “검찰만 답을 안했다”

유 이사장은 “이건 원래 계좌를 보면 열흘 안에 통보해주게 돼 있는데, 안 해주는 경우는 유일하게 통지유예청구를 걸어놓을 경우”라며 “저희가 비공식 경로를 통해서 그럴 권한을 가지고 있는 국가기관에서 그런 일이 없다는 답을 받았고, 검찰만 답을 안 했다”고 했다.

유 이사장 주장대로 작년 11~12월 검찰이 노무현재단 계좌를 들여다봤을 경우 최장 6개월이 지난 현 시점까지는 금융기관으로부터 통보가 와야 하는데 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유 이사장은 “지금 3개월 연장해놨고. 또 (검찰이) 3개월 (통보 유예를) 연장할 것”이라고 했다. 검찰이 계좌를 들여다본 것은 맞지만 통보 유예를 계속 연장하고 있어서 아직 금융기관으로부터 관련 정보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취지다.

◇검찰, 노무현재단에 답신 보내

하지만 본지 취재 결과 “검찰만 답을 안했다”는 유 이사장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신라젠 의혹 사건을 수사했던 서울남부지검은 지난 1일 “검찰이 노무현재단 계좌를 본 적이 있느냐”는 질의를 한 재단 측에 공문을 보내고 “노무현재단이나 유 이사장 계좌를 추적한 적도 없고, 금융기관에 금융거래정보의 통지 유예를 요청한 사실도 없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유 이사장은 검찰이 “금융거래정보의 통지 유예를 요청한 사실이 없다”고 답신한 내용은 빼놓고, 지난 24일 MBC 라디오에 나와 “검찰이 (통보 유예를) 3개월 연장할 것”이라는 주장을 한 것이다.

이를 의식한 듯 유 이사장은 “우리가 언제 남부지검에서 봤다고 그랬냐, 대검 차원에서 전체 검찰이 본 거니까 간단하게 (주거래 은행인) 국민은행에 가서 연락해서 금방 알 수 있는 건데 왜 확인이 안 된다고 답을 하냐”고 했다.

유 이사장은 “이 모든 것들을 종합하면 먼저 다른 시빗거리를 찾다가 저를 입 다물게 할 아니면 집어넣을, 도저히 안 찾아지니까 작년 8월 초부터 나와 있던 이 건(신라젠 의혹)을 이제 손을 댄 것”이라며 “진술만 받아놓으면 얘를 엮어 넣을 수 있다, 이렇게 보고 (‘검언 유착’이) 시작했던 것 아닐까 하고 이해가 된다”고 했다.

◇진중권 “유시민 피해망상”

이에 대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언젠가 이분이 검찰에서 노무현재단과 자신의 계좌를 열어봤다고 난리법석을 부렸던 거 기억하실 겁니다. 이제 6개월이 지났으니 은행에서 통보가 갔겠죠”라며 “듣자하니 3개월씩 두 차례 통보를 유예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고 해명했답니다. 결국 통보를 아직 못받았다는 얘기죠. 그 해명도 말이 안 됩니다. 통보를 유예하는 것은 수사가 진행 중임을 피의자에게 알리지 않기 위한 장치입니다. 그런데 본인이 열어봤다고 난리를 치는 상황에서 통보를 유예할 이유가 없다”고 페이스북에 썼다.

진 전 교수는 유 이사장의 ‘피해 망상’ 때문에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의혹’ 사건이 MBC에 의해 ‘검언 유착’으로 발전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