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프로농구(NBA)가 코로나 확산으로 지난 3월 11일 중단했던 정규 시즌 경기를 오는 30일(현지 시각) 재개한다. 장소는 플로리다주(州) 올랜도 부근의 ‘ESPN 와이드 월드 오브 스포츠 콤플렉스’다.

미 플로리다주 올랜도 부근의 대형 엔터테인먼트 콤플렉스 '월트디즈니월드'.

최근 하루 약 1만명씩 코로나 확진자가 나오는 ‘핫스팟’ 플로리다에서 경기가 열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NBA가 이달 초 올랜도 부근의 대형 엔터테인먼트 콤플렉스 ‘월트디즈니월드’ 안에 NBA 선수와 관계자들만 머무는 격리된 공간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도시를 옮겨다니며 경기하기엔 코로나 위험성이 너무 크니, 한 곳에 모아놓고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전체 30개 팀 중 플레이오프 진출 가능성이 있는 상위 22개 팀이 초청돼 7일부터 여기 머물고 있다.

디즈니월드의 총 면적은 101㎢, 서울시 6분의 1쯤이다. 테마파크 4곳과 리조트호텔 25곳, 골프장 4곳이 있다. NBA는 그중 여러 개 호텔과 부대시설을 통째로 빌렸다. NBA가 거액 1억7000만 달러(약 2030억원)를 들여 확보한 이 공간에는 ‘NBA 버블(Bubble)’이란 별명이 붙었다. 물 속에 든 공기방울처럼 외부와 차단된 별세계란 뜻이다. 뉴욕타임스는 27일 기사에서 이곳을 “핫스팟 내의 안전하고 이상한 피난처”라고 표현했다.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 부근의 대형 엔터테인먼트 콤플렉스 '월트디즈니월드'.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 부근의 'ESPN 와이드 월드 오브 스포츠 콤플렉스'.

선수들은 가장 좋은 리조트 호텔 3곳에 나눠 머물면서, 인근 다른 호텔에 만들어 놓은 연습시설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스태프와 기자단 등은 별도의 호텔을 쓴다. 버블 내에 머무는 모든 사람은 사전 격리와 여러 차례 검사로 코로나 음성을 확인 받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관리는 엄격하다. 선수들은 매일 코로나 검사를 받는다. 훈련과 식사시간 외에는 항상 마스크를 써야 한다. 마음대로 버블 밖에 나갈 수도 없다. 새크라멘토 킹즈의 리션 홈즈 선수는 외부에서 주문한 치킨 윙을 픽업하러 잠깐 나갔다가 열흘 간 격리 당했다. 30일부터 재개되는 시즌 경기도 ‘무관중’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NBA는 시설 관리차 드나드는 디즈니월드 직원을 포함해 약 1500명을 대상으로 수시로 코로나 검사를 하고 있다. 이를 위해 민간연구소 한 곳과 전속 계약까지 맺었다.

선수 350여명, 감독·코치·닥터·트레이너 등 팀스태프 800여명, 사무국 직원과 기자까지 1200명 이상의 NBA 관계자가 같은 지역에 머무는 것도 전례 없는 일이다. 워싱턴 위저즈의 이언 마힌미 선수는 뉴욕타임스에 “정말 독특한 경험이다. NBA 전체가 동시에 한 장소에 머문 적이 언제 있었나”라고 말했다. 올해 NBA 플레이오프는 8월 17일, 파이널은 9월 말 시작될 예정이다. 결승까지 올라가는 팀 선수는 10월 중순까지 석 달 이상을 ‘NBA 버블’ 안에서 살아야 한다.

유타 재즈의 조 잉글스가 지난 9일 올린 숙소에서의 식사.
멤피스 그리즐리스의 타이어스 존스가 지난 9일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린 숙소에서의 죽은 바퀴벌레 사진.

그러나 버블에서의 삶은 기대만큼 화려하지 않은 듯 보인다. LA레이커스의 카일 쿠즈마와 유타 재즈의 조 잉글스 등은 최근 리조트에서 제공된 식사 사진을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렸는데, 사진을 보면 코트를 누비는 운동선수가 먹는 음식이라고 보기엔 입이 쩍 벌어질 정도로 단출하다. 숙소 위생 상태도 엉망이다. 멤피스 그리즐리스의 타이어스 존스는 숙소의 죽은 바퀴벌레 사진을 올렸다. 해외 네티즌들은 “초등학교 시절 급식이 떠오른다” “감옥에서 주는 밥이냐” 등의 댓글을 줄줄이 달았다.

NBA 선수들이 불만을 토로하며 올린 사진은 룸 서비스를 통해 주문한 음식들이다. NBA는 룸 서비스뿐 아니라 구단별로 전용 식당을 따로 마련했다. 하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평균 연봉 약 670만달러(약 80억원)를 받는 선수들의 입맛을 맞추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애덤 실버 NBA 커미셔너는 시즌 재개를 발표하면서 "NBA 구성원들의 엄청난 희생이 필요하다"고 양해를 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