뭄바이시 다다르 지역에 등장한 여성 신호등과 교통 표지판

여성 인권에 대한 인식이 낮은 것으로 유명한 국가 인도에서 여성이 그려진 신호등을 설치한다.

4일(현지 시각) 가디언에 따르면, 인도 뭄바이시 정부는 다다르 지역 횡단보도 100여개에 남성 대신 치마를 입은 여성이 그려진 신호등을 설치했다. 여성이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는 교통 표지판도 설치했다. 이는 인도의 보행자 친화적 도로를 만들기 위한 계획 중 하나다.

키란 디가브카르 뭄바이시 경찰 치안감은 “이는 성평등을 만들고, 여성의 권리를 증진하겠다는 도시의 특성을 반영한다”며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인권운동가들도 작은 변화일지 몰라도,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가디언이 보도했다. 사회과학자인 실파 파르케는 “어린 소녀들이 교통신호 속 여성의 모습을 보고 자란다면 여성이 ‘대중 속에 속해있다’는 작지만 강한 신호를 받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여성 신호등이 도리어 성 관념을 고착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17년 호주 멜버른의 한 시민단체가 여성의 날을 맞이해 멜버른 시내에 ‘여성 신호등’ 10개를 시범 설치했었다. 당시 이를 접한 시민들은 “치마를 입지 않은 사람이 왜 남자일 것이라 생각하느냐” “기존 신호등 사람이 바지 입은 여성일 수도 있지 않느냐”는 반응을 보였다고 BBC가 전했다. 3년 전 호주에서의 상황이 인도에도 적용될 수 있는 것이다.

또 여권(女權) 신장과 성 평등을 위해선 보다 본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도의 여성인권은 세계 최악 수준이다. 2018년 톰슨 로이터재단 조사에 따르면 인도는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지 않은 나라로 평가받았다. 올해 초 인도 경찰서는 “2018년 평균 15분 간격으로 강간 신고가 들어왔다”고 밝혔다. 인도 내무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발생한 3만 4000건의 강간 사건 중 85%가 무죄 판결을 받았다. 지난달엔 뉴델리 인도 최대 코로나 바이러스 검역소에 머무르던 14세 소녀가 두 남성에게 강간당한 일도 발생했다. 인도 카르나타카 고등법원의 크리슈나 디시트 판사는 지난 6월 강간 사건에 대해 “피해 여성의 진술을 믿기 어렵다”며 “피해자의 진술은 인도 여성으로서 적절치 못한 행실이었다”고 말해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