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지속가능한 제품을 사려는 게 아니라 ‘위대한 제품’을 사는 것이다. 우리는 항상 발상을 전환하고 혁신 위에 혁신을 얹으며 위대한 상품을 만드는 데 노력한다.”
얼핏 들으면 최첨단 IT 제품을 만드는 이들의 목소리 같다. ‘혁신’을 목소리 높여 이야기하는 이들은 하지만 미 샌프란시스코에서 2014년 탄생한 친환경 신발 스타트업 ‘올버즈(Allbirds)’의 공동 창업자들이다. 이달 초 팀 브라운(39)이 화상회의 ‘줌’을 통해 이야기를 먼저 풀어내자 역시 샌프란시스코 자신의 집에서 줌을 연결한 동갑내기 친구 겸 공동 창업자 조이 즈윌링거가 말을 거든다. “전통적 업계 질서에 도전하고 파괴적 아이디어로 소재 혁신을 했다. 실리콘밸리와 정말 어울리지 않는가, 하하.”
창업 2년 만인 지난 2016년 3월 뉴질랜드산 초극세 메리노 울로 만든 ‘울 러너(Wool Runner)’라는 신발 단 한 종류로 세상을 뒤흔든 친환경 신발 스타트업 올버즈. 출시와 동시에 미 ‘타임’지가 ‘세계에서 가장 편한 신발’이라 극찬하는 등 연간 100만 켤레 넘게 판매되면서 ‘실리콘밸리 유니폼’이자 ‘할리우드 스타 필수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올버즈 마니아’ 면면을 보면 버락 오바마 미 전 대통령, 래리 페이지 구글 공동 창업자, 벤 호로위츠 실리콘밸리 투자자,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 할리우드 스타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등 ‘별 잔치’가 따로 없다. 울에 이어 여름용 신발 소재인 유칼립투스 잎, 사탕수수 등 각종 천연 소재로 만든 신발 등이 연이어 히트하면서 지금까지 7700만달러(약 920억원) 이상의 투자를 이끌어냈다. 기업가치 14억달러(약 1조6740억원) 규모의 ‘유니콘 기업’이다. 이 회사는 어떻게 ‘신발’이라는 굴뚝산업을 최첨단 스타트업으로 바꿨을까.
미국·영국·뉴질랜드·네덜란드 등에 이어 오는 18일 한국에 공식 진출하는 이들은 최근 줌 인터뷰에서 “우리는 둘 다 (패션 업계) ‘외부자’였기에 기존 틀을 파괴하면서 다르게 생각할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뉴질랜드 축구 국가대표 출신인 팀 브라운은 대학(미 신시내티대)서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한 이력을 바탕으로 디자인과 착용감에 먼저 중점을 뒀다. “축구 선수로 수없이 많은 신발을 신었는데, 로고투성이에 싸구려 인조 재료 제품에 질려버렸다.”
실리콘밸리 여느 성공한 스타트업이 그렇듯, 그의 출발점은 ‘와이(why·왜)’였다. ‘자연 소재 운동화는 왜 없는가.’ 고향이자 양 2900만 마리가 있는 뉴질랜드가 떠올랐다. (올버즈는 사람들이 정착하기 이전 ‘새들의 땅’이었던 뉴질랜드를 가리키는 말이다.) “울 러너의 경우 뉴질랜드산 최고급 양모에서 사람 머리카락 굵기의 20% 수준인 17.5마이크론의 섬유를 추출하고, 아르마니, 구찌, 톰 포드 등의 의류를 생산하는 이탈리아 최고급 원단 회사인 레다에서 직조하고 나서, 이탈리아 장인이 제작한 라스트(발 모양)에 따라 만들었다. 그리고 전 세계 신발 제조의 정통성과 최고의 기술력을 지닌 바로 그 도시에서 완성했다. 부산 말이다!”(올버즈 제품의 상당수는 부산의 신발 공장에서 생산한다.)
축구 선수 출신 브라운의 야심에 미 샌프란시스코 출신 생명공학 전문가 즈윌링거가 합세하면서 회사의 비전은 더 확고해졌다. ‘친환경 소재로 어떻게 사회 문제를 개선할 것인가’란 문제로 시야를 넓혔다. “미세조류(algae)로 대체에너지를 생산하는 일을 해본 경험에 비추어, 천연 소재로 운동화를 만들었을 때 탄소나 유해물질 배출이 현저하게 적다는 것을 보고 여기서 우리의 가치를 찾게 됐습니다.” 이들에게 공감한 배우·환경운동가인 디캐프리오는 별다른 친분이 없는데도 2018년 이 회사에 투자했다.
즈윌링거는 “매번 개선을 거듭하기 때문에 이번에 한국서 선보이는 제품은 지금껏 최상의 혁신 제품일 것”이라며 웃었다. 최근에는 지속가능 소재에 퍼포먼스 기능을 접목한 러닝화인 ‘대셔’도 선보였다. 샘플만 수십 차례 바꿀 정도로 실험을 거듭하다 성공시켰다. 올버즈는 한 해 100만 켤레를 팔지만 전 세계 매장은 약 20개, 미국엔 2개뿐이다. 대부분을 온라인으로 판다. 재료와 제조법을 모두 공개하는 것도 차별점이다. 사업에 위협이 된다는 우려보다는 “함께 환경을 개선하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믿기 때문이라 한다. 이들은 인터뷰 중 “우주에 흔적을 남기고자 사업을 한다”를 반복했다. 스티브 잡스가 생전에 즐겨 했다는 말이 그들의 입을 통해 다시 메아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