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 등 이른바 '내외산소' 기피 현상을 해결하려면 수가(진료·수술비)를 올려야 한다는 점은 정부도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국내의 수가 조정 체계에선 피부과, 안과, 응급의학과 등 26개 전공별 학회장이 합의해야 가능하다. 이런 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개편이 없으면 수가 조정은 쉽지 않다는 게 의료계 지적이다.
의료수가는 간암수술, 발치 등 5307개의 의료행위별 '상대가치점수'에 병원 규모별로 정해진 점수당 단가(환산지수)를 곱해 결정된다. 예컨대 대형 병원에서 맹장수술을 받으면 병원은 환자와 건강보험공단에 26만원(환산지수 76.2원×상대가치점수 3412.76점)을 받는다. 상대가치점수에는 총량이 있어 심장수술 점수를 높이려면 피부과 점수를 줄여야 한다. 한 의료계 인사는 "학회장들이 모인 상대가치위원회에서 흉부외과나 산부인과 수가를 높여주기 위해 자기네 분야 수가를 낮추겠다고 동의하는 학회장은 없다. 소속 학회에서 매장당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상대가치점수는 2008년, 2017년 두 차례 조정되는 데 그쳤다.
2009년 흉부외과 지원율이 29.0%로 떨어지는 등 문제가 심각해졌다. 정부는 당시 아예 흉부외과 분야 수가의 100%, 외과는 30%를 정부 예산으로 얹어주기로 했다. 하지만 이것도 근본 해법은 아니었다는 게 의료계 주장이다. 병원들이 수가 인상분만큼 외과 등 의사 급여를 올리지 않아 외과 기피 현상은 계속됐다는 것이다. 오태윤 전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장(강북삼성병원 교수)은 "수가 인상분 일부를 급여 인상에 의무적으로 쓰게 하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