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기 내신시험 평균 점수가 떨어졌어요. 상위권 학생 비율은 그대로인데 하위권 학생만 늘어났죠. 말 그대로 '중간'이 사라진 상황입니다." (서울지역 A중학교 교사)

개학 연기와 온라인 수업을 겪은 많은 교사가 '중위권' 학생들이 사라졌다고 말한다. 코로나19가 교육현장의 모습을 바꾼 것에 더해 중위권이 사라진 '학력 격차'까지 불러온 것이다. 이재하 대전 중일고 교사는 "자기주도적인 학습 습관이 잡힌 상위권 학생들은 본인의 페이스를 잃지 않았지만, 교사의 대면 지도가 상대적으로 더 필요한 중위권 이하 학생들은 집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고 밝혔다. 중위권 붕괴 현상은 데이터와 현장의 분위기로도 확인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뾰족한 대안이 없어 굳어질 가능성이 크다.

◇고 3 '학력 격차' 확인… 중학교 현장도 체감

교사들의 체감뿐 아니라 학력 격차는 통계로도 속속 확인되고 있다. 앞서 지난 6월 수험생이 치른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모의평가 분석 결과, 중위권이 예년보다 줄어들고 상·하위권 학생 비율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강민정 열린민주당 의원실 분석에 따르면, 올해 6월 모의평가에서 중위권이 사라졌다. 국·영·수 영역에서 원점수 90점 이상을 받은 상위권 학생 비율이 수학 가형만 빼고 모두 전년도보다 늘어났다. 아울러 원점수 40점 미만을 받은 하위권 학생 비율은 수학 가형을 포함해 모두 증가했다. 반면 중위권에 해당하는 원점수 40점 이상 90점 미만 학생 비율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절대평가인 영어영역을 살펴보면, 지난해 20.85%였던 40점 미만(7~9등급) 하위권 학생 비율이 23.34%로 늘었다. 반면 40점 이상 90점 미만(2~6등급) 중위권 비율은 71.39%에서 67.93%로 줄었다.

학교 현장의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중학교는 내신시험에서 중위권 붕괴 현상이 일부 감지되고 있다. 박정현 인천 만수북중 교사는 "예년과 비슷한 난이도로 출제했음에도 담당 과목의 평균 점수가 당초 예상한 것보다 15점가량 낮게 나왔다"며 "중위권인 C등급 학생은 줄고, 그 이하 하위권인 D~E등급 학생은 늘어났다"고 말했다. 서울지역 중학교 B교사는 "온라인 수업 체제에서 상위권 아이들은 알아서 학습을 잘 진행하고 있지만, 중위권 이하 아이들은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등교 수업에서도 이해력이 떨어지는 것이 느껴졌다"며 "(중위권 학생들은) 잘하는 친구에게 물어보며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1학기에는 그게 안 되다 보니 성적을 올리기가 쉽지 않았다"고 밝혔다.

◇중위권 붕괴 고착 가능성… 대면 보충학습 필요

중위권은 공교육에서 학생 지도의 '기준'이 된다. 허리 역할을 하는 중위권을 중심에 두고, 하위권과 상위권을 두루 살피는 식이다. 중위권이 붕괴하면 수업의 난이도 책정에서부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 교사는 "수업 내용을 설명할 때 난이도를 어느 수준에 맞춰야 할지 고민이 많다"며 "진로상담 계획을 짜는 데도 애로사항이 많다"고 말했다. 중위권 붕괴는 학생들의 자신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박 교사는 "성적이 떨어진 중위권 학생들이 자신감을 잃고 공부를 포기하는 경우도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예년 같았다면 중위권 학생들은 교실에서 교사의 내실화된 피드백을 받고 성적 향상을 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온라인 수업 체제에서는 교사들의 '손길'이 상대적으로 부족해, 학생들의 동기부여가 어려워진 것이다. 그는 특히 "성적이 떨어진 학생들이 게임에 과몰입하거나 온라인 중독에 빠지며 생활리듬이 무너지는 등의 문제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2학기에도 상황이 달라지지 않으면 중위권 붕괴 현상은 이어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신소영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선임연구원은 "기본 개념을 제때 익히지 못하면 다음 학년으로 올라가서도 어려움이 이어진다"며 "특히 수학처럼 이전 학습내용이 계속 연결되는 교과의 경우, 한 번 흐름을 놓치면 따라잡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00% 등교 수업이 이뤄지는 시기가 오더라도, 이미 학력 격차 문제가 굳어져 공교육만으로는 제대로 지도하기 어려운 상황에 부닥칠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 과정에서 사교육으로 눈을 돌리는 학생이나, 아예 학업을 놓는 학생이 속출할 수도 있다.

교육계 일각에서는 온라인 수업이 불가피하다면 '실시간 쌍방향 수업'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교사와 학생 간 피드백이 긴밀하게 진행돼, 중위권 이하 학생들의 학습 현황도 자세히 파악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실시간 쌍방향 수업은 가정의 디지털 기기 보유 현황에 따라 수업의 질이 좌우될 수도 있다. IT 인프라 문제, 접속장애에 따른 끊김 현상 등 보완할 점이 적지 않다.

온라인 수업 개선 작업은 계속하되, 대면 방식으로 학력 격차 보완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된다. 조상식 동국대 교육학과 교수는 "중위권이 사라지는 현상은 학생들의 가정환경, 경제적 여건, 온라인 수업에 대한 흥미 등 다양한 원인이 있을 것"이라며 "문제를 제대로 보완하기 위해 2학기에는 철저한 방역 조치를 전제로, 대면으로 보충수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사가 온라인 수업에 어려움을 겪은 학생들을 마주하고 미진한 부분을 파악해 지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각 시도교육청 차원에서 마련한 보충학습 프로그램들을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