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회장인 김원웅씨가 광복절 기념식에서 "이승만은 친일파와 결탁했다"고 했다. 대한민국이 건국된 날에 초대 대통령을 '이승만'이라고 호칭하며 친일파로 몰았다. 김씨는 "민족반역자가 작곡한 노래를 국가로 정한 나라는 대한민국뿐"이라고도 했다. 대통령과 참석자들이 애국가를 함께 부른 기념식 현장에서 작곡가 안익태 선생을 민족반역자로 낙인찍었다. 야당이 김씨 기념사에 대해 "국민을 이간질시키는 망나니짓"이라고 비판하자 여당은 "친일파 대변하냐"고 반박했다. 일제 통치에서 해방된 날과 잃어버렸던 나라를 다시 세운 날을 동시에 축하하는 광복절에 국민은 또 두 갈래로 찢겼다.

이승만 대통령은 6·25전쟁 때 미국이 일본군을 한반도에 투입하려 하자 "일본군이 참전하면 일본군부터 먼저 쳐부수겠다"고 했다. 평화선(이승만 라인)을 기습 선포해 독도의 실효적 지배를 굳힌 것도 이 대통령이다. 일본 우익 진영 머릿속에 이승만은 상종 못 할 반일(反日) 인사로 각인돼 있다. 이 대통령을 '친일파'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일제 때 근무했던 관료들을 쓸어내지 않았다는 이유를 든다. 허허벌판에서 국가 조직을 일으켜야 했던 건국 현실을 도외시한 철부지 운동 논리다.

광복회는 독립선열의 희생정신 계승과 민족정기 선양이 설립 목적이다. 민족혼을 불어넣어 5000만 국민을 하나 되게 하는 데 뜻이 있다. 김원웅씨가 회장을 맡은 작년 6월 이후 광복회는 집권 세력의 편향된 이념으로 나라를 분열시키는 데 앞장서고 있다. 광복회는 최근 별세한 6·25 전쟁 영웅 백선엽 장군의 현충원 안장을 저지하겠다며 운구 차량을 가로막아 향군의 분노를 샀다. 김씨는 6·25 남침 때 공을 세워 김일성 훈장을 받은 김원봉의 서훈을 주장하고 국가 기간시설 파괴 모의로 투옥 중인 이석기 전 통진당 의원을 찬양했다. 이런 언행이 광복회 정관의 '정치적 중립'을 위반했다며 내부 상벌위에 제소됐다.

김씨는 유신시대 때 공화당 당료를 시작으로 민정당에서 조직국장이라는 요직까지 거쳤다. 1980년대 전두환 정권을 위해 일했던 그가 1980년대 학생 운동권의 '친일 잔재 미청산' 프레임으로 현대사를 재단하는 건 희극이 아닐 수 없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광복회 제주지부장이 대독한 김씨 기념사를 들은 뒤 "국민을 편 가르는 광복회의 편향된 역사의식에 도지사로서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김씨의 기념사를 현장에서 직접 들은 대통령의 입장은 어떤지 국민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