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약사 일라이 릴리가 지난 4일부터 코로나 항체 치료제에 대한 마지막 임상 3상 시험에 들어갔다. 다른 미국 회사인 리제네론은 이미 지난달부터 역시 코로나 항체 치료제의 3상 시험에 들어갔다. 두 업체는 올가을 임상 최종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기대한다..
코로나 예방백신은 일러도 내년 초에나 일반인 대상 접종이 가능하다고 예상된다. 대규모 환자를 대상으로 예방 효과를 알아보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그때까지 항체 치료제가 코로나를 막아줄 중간계투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기대한다. 자넷 우드콕 미국 식품의약국(FDA) 약품평가연구센터장은 최근 AP통신 인터뷰에서 “코로나 항체 치료제는 전망이 매우 좋으며 백신보다 상당히 빨리 상용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에이즈백신계획(IAVI)은 지난 10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전 세계에서 70여종의 코로나 항체 치료제가 개발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도 셀트리온과 유한양행 등이 코로나 항체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다
◇가을까지 허가 가능한 치료제 나올 듯
항체는 백혈구가 분비하는 면역단백질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표면의 스파이크(돌기) 단백질로 인체 세포에 달라붙는다. Y자 모양의 항체는 바이러스의 스파이크에 먼저 결합해 인체 감염을 막는다. 항체와 결합한 바이러스는 다른 면역세포의 공격을 받아 파괴된다.
릴리는 지난 4일부터 코로나 환자 1000여명을 대상으로 임상 3상 시험에 들어갔다. 릴리는 캐나다 바이오기업 앱셀레라, 미국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의 백신연구센터와 함께 항체 치료제를 개발해 지난 6월 코로나 항체 치료제로는 최초로 임상시험에 들어갔다,
리제네론은 지난달 6일부터 두 가지 항체를 섞은 복합 치료제로 임상 3상 시험에 들어갔다. 두 항체가 각각 바이러스의 다른 스파이크에 결합해 그만큼 치료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회사는 오는 9월까지 최종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규제 당국의 신속 허가절차를 거치면 이르면 가을부터 항체 치료제를 접종할 수 있다는 말이다. 릴리도 가을에 최종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예상하고, 생산 준비를 시작했다.
미국 바이오기업 비르 바이오테크놀러지도 영국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지원을 받아 코로나 항체 치료제를 개발했다. 비르는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완치 환자에서 추출한 항체가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에도 효과가 있음을 확인했다. 이달 말 임상 2·3상 시험을 시작하고, 연말에는 두 번째 항체 치료제의 임상 시험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GSK는 이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약 4400억원 규모의 코로나 항체 치료제 생산 계약을 체결했다.
◇만성질환자, 노인에게 백신 대신 면역력 부여
백신은 인체가 병원체를 약하게 경험하고 항체를 분비하도록 유도한다. 말하자면 백신은 인체가 스스로 항체를 만들도록 능동적인 면역력을 유도한다. 하지만 노인이나 질병이 있는 사람들은 백신을 맞아도 면역력이 잘 생기지 않는다.
항체 치료제는 이런 사람들에게 인위적으로 면역력을 부여할 수 있다. 게다가 항체 치료제는 단기간의 바이러스 예방 효과도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와 결합해 다른 면역세포의 공격을 유도해 병이 더 악화되지 않도록 치료하는 동시에, 한 두 달 정도 인체에 머물면서 만약 바이러스가 들어오면 인체 세포에 침투하지 못하게 붙잡을 수 있다.
릴리나 리제네론 모두 항체 치료제의 치료 효과를 확인하는 임상시험과 동시에 예방효능을 알아보는 임상시험도 하고 있다. 이 약은 코로나 감염 환자와 밀접 접촉할 수밖에 없는 가족이나 의료진에게 단기간 예방 효과를 부여하는 데 쓸 수 있다.
예방용 항체 치료제는 개발 기간도 백신보다 짧다. 백신 임상시험은 수만명씩 접종하고 몇 달씩 기다리며 예방 효과를 확인한다. 반면 예방용 항체 치료제의 임상시험은 환자 가족이나 의료진처럼 수천명씩 비교적 소수의 인원을 대상으로 짧은 시간 내 효과를 확인할 수 있다.
◇바이오의약품 생산, 유통 능력 확보가 관건
문제는 생산이다. 항체 치료제는 인체 단백질이어서 세포 배양을 통해 만든다. 살아있는 세포를 다루다 보니 공정 관리가 까다롭고 대규모 시설투자도 필요하다. 그만큼 가격이 비싸다. 복제약도 화학합성 치료제보다 훨씬 만들기 어렵다. 류머티즘 관절염이나 유방암 등의 치료에 쓰는 항체 치료제가 한 해 수십조 원의 매출을 올리는 것도 그 때문이다.
릴리나 리제네론, GSK 등 대형 제약사들은 임상시험과 함께 치료제 대량 생산을 위한 준비도 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국가는 항체 개발은 물론, 생산능력도 없어 약이 나와도 소외될 수 있다. 이에 IAVI와 영국 웰컴 트러스트는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을 계기로 전 세계에서 골고루 항체 치료제의 혜택을 볼 수 있도록 가격을 낮출 기술과 생산 방식을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