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롯데마트 추석 예약 카탈로그에는 예년엔 없던 선물 세트가 등장했다. 마스크, 핸드워시, 손 소독 티슈 등을 상자에 담은 위생용품 세트(4만9900원·2만2900원)와 황사 마스크 선물 세트(20장·1만6730원)다. 이마트·홈플러스 등 다른 대형 마트 선물 세트 목록에도 위생용품 세트가 나란히 등장했다. 이마트는 올해 추석 선물로 홍삼·유산균 등 건강식품 종류를 작년 70종에서 올해는 130종으로 배(倍) 가까이로 늘렸다. "최근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속에 가족·친지 건강을 챙기려는 실속파를 위한 선물 세트"라는 게 유통 업체 측 설명이다.

서울 이마트 성수점에서 모델들이 올해 처음 추석 선물세트로 나온 손 소독제를 소개하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후 처음 맞는 명절에 위생용품이 선물세트로 등장한 것이다. 코로나로 올 추석엔 선물 목록이 이전과 달라지고, 주문 방식도 비대면 위주로 바뀌고 있다.

추석 연휴를 40여 일 앞두고 유통 업계가 선물 세트 예약판매에 돌입했다. 코로나 확산 후 처음 맞는 명절이다. 코로나는 추석 선물 목록과 주문 방식도 바꿔 놓았다.

코로나가 바꾼 한가위 선물 세트

신세계백화점은 추석 선물용 와인 물량을 20% 확대했다. 특히 200mL 용량의 미니 와인을 배로 늘렸다. 5만원 이하 '가성비' 좋은 와인도 많이 확보했다. 이 와인들은 코로나로 외식 대신 집에서 간단히 술을 즐기려는 '홈술족'을 겨냥한 것이다.

올해 추석용 선물 세트로 '집콕 생활'을 겨냥한 제품들이 대거 등장했다. 지난해보다 20% 이상 늘어난 1만6000여종을 한가위 선물 예약 상품으로 준비한 SSG닷컴은 양념이 포함돼 있어 바로 구우면 요리가 완성되는 양갈비 세트, 함박스테이크 세트 등 밀키트(손질된 재료와 양념이 들어가 있는 간편식)를 대폭 늘렸다. 롯데마트도 건강 기능 식품 비율을 작년 추석보다 10%가량 늘렸고, 개인 위생용품 선물 세트도 처음으로 마련했다.

5만원 이하 중저가 선물 세트도 대거 등장했다. 코로나로 경기가 어려워지자, 선물 세트도 가성비를 따지는 것이다. 커피, 헤어·보디워시 상품 등 1만~2만원대 실속 선물 세트와 멜론·한라봉·키위 등 3만~4만원대 중저가 과일 세트도 늘었다.

롯데백화점을 비롯한 백화점들도 역대 최장 장마로 사과·배 등 추석 대표 과일의 당도가 떨어지고 가격이 오르자, 이를 대체할 수 있는 고급 포도인 샤인머스캣과 망고 등을 대체 상품으로 내놓고 있다.

선물 세트 주문도 비대면으로

코로나로 선물 세트 주문 방식도 변하고 있다. 오프라인 대면 판매보다 온라인 주문이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되면서 온라인 전용 상품들도 눈에 띄게 늘었다.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은 각각 올해 온라인용 상품을 작년보다 30%, 70% 더 많이 준비했다. 현대백화점은 고객 대면 접수를 분산하기 위해 올해 추석 선물 예약 판매 기간을 지난해보다 열흘 앞당겼다.

이마트는 지난 설 명절에 점포 20곳에서 직원들이 직접 고객의 집, 회사에 찾아가 상담, 결제해주는 '방문 주문 서비스'를 선보였는데, 올 추석에는 모든 점포에서 이 서비스를 하기로 했다.

대형 마트도 예약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한 대형 마트 관계자는 "올 추석은 코로나 여파로 실적이 부진한 유통 업체들에 매출을 끌어올릴 수 있는 중요한 대목"이라며 "대형 마트의 경우 설 선물 세트의 40~50%가량이 예약을 통해 판매되는 만큼 판매액을 올리기 위해 코로나 시대에 맞게 상품 구성을 다양화하고 각종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 방역'을 선물 세트 마케팅 포인트로 활용하기도 한다. 지난 14일부터 예약 주문을 받고 있는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지하 1층 주문 데스크에는 투명한 가림막이 설치됐고, 소파·데스크 등을 상시 소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