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전쟁 책임을 물었던 극동 국제군사재판(도쿄 재판) 연구의 권위자인 아와야 겐타로(粟屋憲太郞·사진) 전 릿쿄(立敎)대 명예교수의 연구자료 및 2000여 권의 관련 서적이 한국 원광대에 기증됐다. 유지아 원광대 동북아시아인문사회연구소 교수는 18일 "지난해 타계한 아와야 교수는 생전에 도쿄 재판 관련 자료는 일본에 있는 것보다 한국이나 다른 나라에서 소장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는데 유족들이 한국에 기증하기로 해 1차분이 최근 도착했다"고 밝혔다.
1944년생인 아와야 교수는 도쿄 재판 관련 국제검찰국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해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아왔다. 그는 1980년대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에 매일같이 출퇴근하며 박스에 담긴 채 분류되지 않고 있던 자료들을 발굴했다. 이를 바탕으로 52권으로 된 '국제검찰국 심문조서'를 발간, 도쿄 재판 연구를 가속화했다.
아와야 교수는 도쿄 재판에서 히로히토 일왕이 면책된 것을 문제 삼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그 외에도 일본의 식민지 지배, 화학전·생물전의 책임이 다뤄지지 않은 것과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 등 전범이 일찍 석방된 것에 대해 비판했다. 이로 인해 우익의 협박을 받기도 했으나 "내가 정의감에 불타기 때문이 아니라 사실이기에 말하는 것"이라며 담담한 태도를 취했다.
그의 석사·박사 과정 제자였던 유지아 교수는 "아와야 교수는 릿쿄대 퇴임 강연에서 도쿄 재판에 대해 일본이 인정해야 하며 그 의미를 되새김으로써 전쟁 책임 인식을 분명히 해야 함을 언급했다"고 말했다.
아와야 교수는 2005년에는 일본인 학생들을 데리고 방한, 판문점을 견학할 때 일부러 한국 노래를 배워서 올 정도로 한국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유 교수는 "내년은 진주만 공격에 의한 태평양전쟁 발발 80주년, 샌프란시스코 강화 조약 70주년이 되는 해"라며 "아와야 교수가 기증한 자료는 미국의 일본 점령 당시 연구와 해방 후 한·미·일 관계 연구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