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이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의 ‘공감 능력(empathy·상대의 관점에서 보고 감정을 공유하는 것)’을 핵심 선거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미국이 코로나로 큰 피해를 보고 인종차별 시위로 분열된 지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대비되는 ‘인간미’를 내세워 차별화하겠다는 것이다. 일종의 ‘착한 바이든’ 전략이다.
18일(현지 시각) 이틀째 열린 전당대회는 바이든의 공감과 소통 능력을 부각하는 데 맞춰졌다. 이날 유력 일간지 뉴욕타임스(NYT)의 보안 경비원인 흑인 여성 재클린 브리타니가 화상 찬조 연설에 나서, 지난해 경선 후보였던 바이든이 인터뷰차 NYT 본사를 찾았을 때의 일화를 이야기했다. 그는 "신문사에 오는 영향력 있는 사람들은 내가 안내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고, 난 로비로 돌아간다"며 "그런데 조와 보낸 그 짧은 시간, 그는 날 신경 썼으며 내 삶이 그에게 의미가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고 했다. 또 총기 사고로 딸을 잃었다는 플로리다주의 한 부모는 "딸이 죽었을 때 바이든이 전화를 걸어줬다. 그의 품위와 진정성을 알 수 있었다"고 했다.
지난 17일엔 미국 국영철도회사 앰트랙의 나이 지긋한 남녀 승무원이 단체로 출연했다. 바이든이 상원 의원 시절 델라웨어의 집에 둔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워싱턴 DC 의회까지 매일 왕복 네 시간씩 기차로 36년간 출퇴근할 때 친해진 이들이라고 했다. 승무원들은 "바이든은 매번 승객들과 승무원들에게 커피를 사고 안부를 물었다" "부친상을 당하자 부통령이 된 바이든이 전화를 걸어 위로했다"는 등의 일화를 소개했다.
민주당은 이날 건강보험 정책을 설명하는 코너에서도 전국의 난치병 환자들을 연결, 바이든이 안타까운 눈빛으로 "내 아들도 갑자기 암에 걸렸었다. 보험이 없으면 어떤 일이 생기는지 잘 안다"며 사연을 경청하는 장면을 보여줬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이 바이든의 전략을 외교 용어인 '매력 공세'에 빗대 '공감 능력 공세(empathy offensive)'로 표현했다.
바이든은 격의 없는 소통 스타일로 '조 아저씨(Uncle Joe)'란 별명으로 불려왔다. 부통령 때인 2012년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 참사 때 희생자 부모에게 전화해 1시간 반 동안 통화한 일화가 유명하다. 이런 바이든 성격은 대선 초기엔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그러나 스트롱맨 이미지에 집중한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 대응에 실패하고 '공감 능력 부족'을 지적받으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워싱턴포스트는 "바이든과 트럼프의 공감 능력 격차가 점점 부각되고 있다"고 했다. 반면 NYT는 바이든이 공감 능력 홍보에만 치우치면 트럼프와 정책 이슈를 둘러싼 전투에선 불리할 수 있다고 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18일 전대 찬조 연설에서 “백악관 집무실은 지휘 센터가 돼야 하지만 트럼프의 백악관은 폭풍의 중심”이라며 “트럼프는 종일 TV만 보며 소셜미디어에서 사람들을 공격한다”고 비판했다. 존 케리 전 국무장관은 “트럼프는 동맹을 무너뜨리고 미국을 고립시켰다”며 바이든이 동맹을 복원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