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街) 거물들이 몰려간다는 '스팩(SPAC·기업 인수 목적 회사)'은 좀 멀게 느껴진다. 복잡한 이름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투자 자체는 일반인이 하기에도 크게 어렵지 않다. 뉴욕증권거래소·나스닥 등에서 여느 주식 거래를 하듯 매수하면 된다. 그렇다고 '스팩은 곧 대박'이라는 생각으로, 그냥 막 아무거나 사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일반 회사와 달리 어떤 일을 하는지 잘 드러나 있지 않기 때문에 더 꼼꼼히 살펴야 한다. 그런데 뭘, 어떻게 살펴야 할까. Mint가 전문가들에게 물었다. '우리, 스팩 투자 한번 해봐도 되겠습니까.' 문답으로 정리했다.

그래픽=김성규 기자

◇Q. 스팩에 투자하면 뭐가 좋은가.

'백지수표 회사' 혹은 '페이퍼 컴퍼니'라고도 불리는 스팩의 장점은 간단하다. 바라던 대로 알짜 기업을 잘 찾으면 '대박'이 난다. 미국의 수소트럭 업체 니콜라(Nikola)는 스팩이었던 '벡토IQ'(VectoIQ)와 합병하면서 '벡토IQ 1주당 니콜라 1주'로 교환해줬다. 공모가 10달러짜리 벡토IQ 1주가 현재 40달러짜리 니콜라 1주가 된 것이다. 만약 니콜라 주가가 가장 높았던 6월 초에 팔았다면 수익률이 800%를 넘길 수도 있었다. 한국에선 스마트폰 게임 '애니팡'의 개발사 선데이토즈가 2013년 말 '하나그린스팩'과 합병한 뒤 주가가 5배 이상 올랐다.

스팩 상장 성공 사례로 꼽히는 미국 수소트럭 업체 '니콜라'의 트레버 밀턴 CEO

공모가 정도의 가격으로 스팩을 산다면 원금을 잃을 위험은 거의 없다. 목표대로 기업을 인수하지 못할 경우에 투자자는 공모가 정도의 돈은 돌려받을 수 있다. 은행 예금 금리 수준의 이자도 붙여준다. 김중곤 NH투자증권 ECM 본부장은 "아래로는 막혀 있고, 위로는 열려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 입장에선 비교적 안정적인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주요 스팩 상장 기업의 주가 추이

◇Q.위험은 뭔가.

스팩도 상장돼 거래되는 주식이기 때문에 공모주를 산 게 아니라면 시세차손이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보겠다. 한국 스팩의 공모가는 통상 1주당 2000원으로 정해져 있다. (미국은 1주당 10달러 안팎이다.) 그런데 '곧 합병할 것 같다'는 소문이 돌면 어떤 스팩은 2500원, 2700원으로 오르기도 한다. 이때 대박을 노리고 2500원짜리 스팩을 샀는데, 결국 합병이 무산되고 끝내 상장 폐지됐다고 치자. 이때 돌려받을 수 있는 돈은 공모가 기준(1주당 2000원)의 원금과 약간의 이자다. 이럴 땐 1주당 500원 가까이 날리게 된다. 또 합병을 했다고 해서 무조건 대박이 나지는 않는다. 주식이라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든 2000원 이하로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 스팩은 합병할 때 투자자들에게 주식으로 교환할지, 아니면 처분할지를 묻는다. 이때 처분한다면 상장 폐지 때와 비슷하게 공모가 수준의 돈과 이자를 받을 수 있다. 일종의 안전장치다.

◇Q.인수·합병 성공률은 얼마나 되나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에선 스팩 제도가 도입된 이후 지난 5월까지 총 183개의 스팩이 상장됐다. 이 중 85사가 합병에 성공했고, 43사는 상장 폐지됐다. 합병 성공률은 66% 정도다. 미국의 합병 성공률(작년 말 기준 70%)도 비슷하다.

◇Q.그런데 스팩을 증시에서 본 기억이 없다. 어떻게 찾으면 되나.

현재(20일 기준) 국내에는 코스닥 시장에 스팩 53개가 상장돼 있다. 종목명에 '케이비제20호스팩' '하나금융16호스팩'처럼 스팩이라고 쓰여있어 검색하면 찾기가 어렵지 않다. 반면 미국에선 '합병(acquision)'이라고 명시된 스팩이 있지만, 그렇지 않은 스팩도 있다. 검색을 통해 확인하는 게 가장 간편한 방법이다. 한국·미국 불문하고 스팩이 어떤 회사를 인수할 계획인지, 투자설명서는 꼭 확인해야 한다. 미국은 증권거래위원회(SEC), 한국은 주관투자사 홈페이지에서 열람이 가능하다.

그래픽=김성규 기자

◇Q.어떻게 투자하는 게 유리한가.

전문가들은 "상장 후 1년 정도 된 스팩을 사는 게 낫다"고 권한다. 상장 후 6개월 이내 곧바로 합병된 스팩은 하나도 없었다. 합병할 만한 회사를 알아보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보통 스팩이 합병에 성공하는 건 상장한 뒤 1년이 조금 지나서다. 이때 사면 짧은 시간 투자해 큰 수익을 노려보는 게 가능은 하다. 공모가 아래로 가격이 내려간 스팩을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 청산하든 처분하든 대부분 공모가를 기준으로 원리금을 돌려주기 때문에, 소액이라도 수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Q.스팩으로 돈 벌 수 있단 얘긴가, 아닌가.

스팩 자체의 기대 수익률이 높지 않다는 점은 고려해야 하다. 스팩은 합병 소문이라도 돌지 않는 한 공모가 언저리에서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 2000원이었다가 1980원이 됐다가 2010원이 되는 정도다. 거래량도 많지 않다. 최근처럼 주식시장이 호황이면, 그냥 주식 투자를 하는 편이 수익률이 더 높을 것이란 얘기다. 조인직 미래에셋대우 IPO팀 이사는 "어쩌다 운 좋으면 터질 수 있는 '3년 만기 적금'이라고 생각하고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